선두주자는 스타벅스. 토니 블레어 총리조차 지난해 “스타벅스는 민주사회의 최신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해 스타벅스 열기를 부채질했다.
매일 오후 4시가 되면 얼그레이 홍차에다 데본 지방에서 나오는 고체크림(clotted cream)과 딸기 잼을 듬뿍 얹은 스콘을 곁들이는 ‘애프터눈 티’ 또는 ‘크림 티’를 맛보는 것은 영국생활의 백미다.
어떤 사람을 자기 집의 애프터눈 티에 초대하는 것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의사 표시다.
이런 ‘홍차의 나라’로 유명한 영국에도 커피하우스가 붐을 일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한 커피 파워가 영국에서 홍차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영국은 커피와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중세 이후 커피 무역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수많은 커피하우스가 런던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을 대영제국의 발흥과 함께 19세기부터 시작된 홍차 문화가 커피 열기를 뒤집은 것이다.
테스코 등 영국 내 수퍼마켓에서는 1회용 커피를 구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거의 번성했던 대국’을 향하여 커피의 반격이 시작됐다.
선두주자는 역시 스타벅스다. 지난 98년부터 본격적으로 영국에 진출하기 시작한 스타벅스 매장은 요즘 피카딜리 서커스나 옥스퍼드 스트리트를 비롯한 런던 중심가 곳곳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과거 찻집을 하던 장소를 인수해 버린 것이다.
그뿐 아니다. M1, M4, M6 등 영국 내 주요 고속도로의 휴게소는 최근 1~2년 사이에 커피집들이 완전히 점령하고 있다. 2층짜리 휴게소 건물의 1층과 2층에는 에스프레소 커피로 유명한 카페 네로를 비롯한 각종 커피 집들이 꽉 들어차 버렸다.
스타벅스 말고도 현재 영국 전역에 7000여개의 독립 커피숍들이 손님을 끌고 있다.
홍차 나라 영국에서 커피의 ‘신속함’이 홍차의 ‘느긋함’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