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3일 대북 송금 의혹사건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승인 요청을 공식 거부한 데 맞서 한나라당이 대 정부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섬으로써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노대통령의 입장 표명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노대통령 친인척 비리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24일 중 1차 수사기간을 120일로 늘리고 ‘또 다른 대기업’의 5억달러 송금 의혹 및 현대 비자금 의혹 수사를 내용으로 한 새 특검법안을 제출해 30일이나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이에 앞서 노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특검 수사 과정에서 ‘150억원 수수의혹’이 새롭게 불거졌으나, 대북 송금 사건과 150억원 수수의혹사건은 법률적, 정치적으로 별개 사건으로 판단된다”며 “특검과 별도로 다루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노대통령은 또 “특검 보고를 받고 검토한 결과 대북 송금 의혹 사건에 관해서는 거의 수사가 완결된 상태다. 특검 수사는 대북 송금 사건 수사로 마무리해 주기 바란다”며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승인 요청을 공식 거부했다.
노대통령은 150억원 수수의혹 수사 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면서 “이를 검찰에서 수사할 것인지, 새로운 특검에서 수사할 것인지 판단이 남아 있는데 새로운 특검에서 수사하는 것은 국회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한나라당에서는 ‘특검을 연장하지 않으면 국회에서의 국정 처리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국회는 국민을 위한 기구이지, 정쟁의 도구이거나 범법혐의자의 도피처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며 “이 문제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법리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노대통령의 수사기간 연장 거부 결정에 대해 “노대통령은 독선 독주와 반민주의 길로 들어섰다”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박희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 수사의 막을 내린 노대통령은 국민적 심판과 역사의 단죄를 받을 것을 확신한다”며 “한나라당은 당력을 총결집해 총체적 투쟁에 나설 것이며, 이후 모든 책임은 노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