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기 불황으로 온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막대한 경비가 들어가는 해외유학·어학연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3년 1~5월 기간 중 한국을 떠난 유학생·어학연수생 숫자는 각각 8만1138명과 5만9580명. 합치면 14만718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보다 6000여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2001년(10만7020명)보다는 무려 3만3000여명이나 증가했다.
서울 강남의 유학원 관계자는 “취업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외국에 나가 시간을 벌려고 하는 대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또 불안한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포기하고 외국에서 활로를 모색하려는 직장인들도 사전탐색 차원에서 어학연수를 선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 속에서 자녀의 해외연수·유학 비용을 벌기 위해 부업 전선에 나서는 부모들이 없지 않다.
주부 이선자(가명·54)씨는 명문여대 출신이다. 그런 그녀가 지난달부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파출부 일을 한다. 작년에 미국으로 유학간 딸(25)에게 월 300만원의 생활비·학비를 부쳐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원이던 남편이 정년 퇴직한 뒤, 유학 비용이 이들 부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그녀가 속한 알선업체에서만 자녀의 어학연수·유학 비용 때문에 그녀처럼 돈벌이에 나선 주부가 20여명이나 된다고 했다.
무역협회 무역연구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나간 유학·어학연수생들이 등록금·생활비 등 각종 경비로 지급한 돈은 45억8천만달러에 달했다. 반면 같은 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유학생이 지급한 액수는 2천만달러에 불과했다.
이 연구소의 신승관 박사는 “46억달러는 우리나라 무역흑자 108억달러의 42.4%, 교육부 예산 22.3조원의 25.7%에 달한다”며 “가뜩이나 불황인 상황에서 무역적자 심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