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에너지 장관이 과속 운전으로 본인에게 부과된 벌점을 아내에게 떠넘겼다가 들통나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영국 검찰은 3일 크리스 휸 에너지 장관이 과속 벌점을 아내 비키 프라이스가 대신 받도록 한 사실이 수사결과 드러나 휸 장관과 프라이스를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그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에드 데이비 사업부 차관을 승진 임명했다. 검찰은 “휸과 그의 전 아내를 기소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확보됐다”면서 “이들은 오는 16일에 법정에 출두한다”고 말했다. 휸 장관은 지난 2003년 3~5월에 과속으로 적발돼 벌금을 받아 면허가 정지될 위기에 처하자 아내가 운전을 한 것으로 주장해 면허 정지를 모면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영국에서는 면허 정지를 피하기 위해 부부간에 벌점이 많은 사람이 배우자에게 벌점을 떠넘기는 행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휸 장관의 비행이 10년 가까이 지나 드러난 것은 남편을 위해 벌점을 대신 받았던 아내와의 관계가 틀어졌기 때문이다. 휸 장관은 지난해 비서를 지낸 다른 여성과 사귀면서 프라이스와 이혼했다. 칼럼니스트이자 유명 이코노미스트인 프라이스는 지난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특정하지 않은 채 휸 장관의 벌점을 누군가가 대신 받았다고 폭로했다. 에섹스주 경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가 휸 장관이 프라이스와 이 문제를 놓고 전화로 나눈 대화 내용이 추가로 공개되자 재수사에 착수했다. 녹취록에서 휸 장관은 “당신(프라이스)이 진술하지만 않으면 증거가 없다”고 말했고 프라이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휸 장관은 검찰의 발표직후 “결백하지만 이번 일로 일에 집중할 수 없어 장관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고, 그가 소속된 자민당의 닉 클레그 당수(연립정부 부총리)는 “탁월한 업무수행 능력을 지닌 그가 (결백을 입증한뒤) 다시 각료직을 맡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휸 장관은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자민당 당수직에 2번 도전한 경력이 있는 중진 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