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금융계가 최근 번지는 영국내 반기업적, 반금융적 정서에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간 더타임스는 5일 런던 금융계 고위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해 금융인을 홀대하고 심지어 적대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몇몇 금융계 인사들은 공공연하게 런던을 떠나겠다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계의 반발은 2008년말 금융위기 당시 영국 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최고 경영자였던 프레드 굿윈(사진)의 기사(knighthood) 작위 박탈과 이 은행 최고경영자 스티븐 헤스터의 보너스 포기 압박 등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굿윈이 RBS 경영에 실패해 막대한 세금이 투입됐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2004년 수여했던 영국 최고 훈장인 기사 작위를 박탈했다. 굿윈에 이어 RBS 최고경영자를 맡은 헤스터는 은행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가운데 고액 보너스를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보너스 100만 파운드(약 18억원)를 포기했다. 한 대형 은행의 고위 인사는 “런던은 이제 금융기관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 세계 금융 중심지 가운데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보너스 지급에 대해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퍼질 경우 런던에 금융기관의 본사를 두는 장점에 대해 주주들 사이에 더 큰 의문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너스 140만 파운드(약 25억원)를 반납한 RBS 은행의 필립 햄프턴 회장은 “정부는 물론 여러 사람이 반기업적인 시류에 편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계의 다른 고위 인사도 총리실이 굿윈에 대한 기자 작위를 박탈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이라면서 정부의 이런 태도는 반기업 정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총리나 재무장관이 사적인 자리에서 하는 말과 달리 대중의 요구에 저항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금융계에서 현 정부를 존중하려는 생각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등 2개 대형 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영국 정부의 금융규제 움직임이 나타날 때마다 본사 이전을 검토중이라면서 정부에 압력을 가해왔다. 금융계가 영국 정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런던 금융계가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중이 10%에 이르고 금융계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1%에 달하기 때문이다. 금융계는 또한 영국 보수당 정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 역할도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 보너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기대했던 보수당 연립정부가 이에 대한 비판에 가세하자 금융기관들의 불만이 강하게 터져나오고 있는 셈이다. 더 타임스는 지난해 큰 이익을 낸 바클레이즈 은행이 조만간 봅 다이아몬드 최고경영자의 보너스를 공개할 예정이어서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