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즉위 60주년 선물로 왕실전용선을 도입하자’
마이클 고브 영국 교육장관이 오는 6월 3일로 예정된 여왕 즉위 60주년 행사를 맞아 국민기금을 통한 왕실전용선 제작을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고브 교육 장관이 동료 각료들에게 비공개 서신을 보내 왕실전용선 도입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열정적인 군주론자인 고브 장관은 제레미 헌트 문화장관과 닉 클레그 부총리 등에게 보낸 편지에서 “영국의 심각한 경제상황 속에서 영국의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성대한 축하행사가 절실하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여왕 즉위 60주년 행사는 영국과 영연방에 대한 왕실의 헌신적인 기여를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다이아몬드(60)’ 주년은 기존 수준을 뛰어넘는 성대한 규모로 치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브 장관은 또 왕실전용선 마련을 세금으로 충당할 수 없다면 민간기부도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자유민주당 관계자들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민감한 시기에 6천만 파운드 이상의 예산이 드는 왕실전용선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동당의 톰 왓슨 부의장도 “학교 예산 삭감에는 혹독하더니 이런 상반된 제안을 내놓다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영국의 정치권은 경제 침체 속에 올림픽 개최와 여왕즉위 60주년 행사를 동시에 치러내야 한다는 점에 고민하고 있다.
노동당은 이 같은 국가적인 이벤트 개최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는지 주시한다는 입장이다.
영국 왕실은 1997년 전용선 ‘브리타니아호’가 퇴역한 이후 전용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브리타니아호는 1953년 항해를 시작해 여왕과 함께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떠다니는 궁전’으로 불렸으나 현재는 에든버러에서 관광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동안 새 왕실전용선을 도입하자는 제안이 몇 차례 나왔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매번 불발에 그쳤다. 왕실전용선 구축 예산은 1997년 당시 6천만 파운드로 예상됐다.
영국왕실은 6월 즉위 60주년 기념식에 크루저 요트 ‘스피릿오브차트웰’을 투입해 템스강에서 여왕을 태우고 대규모 퍼레이드를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