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 이후 유럽에서는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리는 것이 당연시돼 왔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긴축재정이 계속되고 소득수준이 낮아지면서 이 같은 기대 공식이 깨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릴 가능성이 없다는 비관적 의견이 3명 중 2명꼴로 나타났다.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는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모리와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4%가 이같이 전망했다고 4일 전했다. 영국이 살기 나쁜 곳이 되고 있다는 의견도 지난해 6월(49%)보다 높은 61%로 나타났다.
벤 페이지 입소스 모리 대표는 “2003년 같은 조사에서는 낙관론자(43%)가 비관론자(12%)보다 훨씬 많았지만 추세가 크게 변했다”면서 “자녀세대가 부모세대의 삶의 수준을 유지하리라는 전망은 3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경제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던 영국인들이 이제는 경기침체에 따른 중장기적 비관적 전망을 수용하는 추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갚지 못한 은행권 채무나 연체된 집세, 병원비 등의 상환의무에서 벗어나려고 상속권을 포기하는 자녀들이 늘고 있다.
르몽드가 3일 전한 프랑스 법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상속을 포기한 자녀의 숫자는 2004년부터 2010년 사이에 33.5% 증가한 6만7249명이다. 경기침체가 심화된 올해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은행은 지난 3월 조사에서 채무상환이 불가능한 이들 중 5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3%로, 2001년 13%에 비해 크게 늘어났으며 내년에는 32%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