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실적은 형편없는데 고액 연봉을 타는 영국 금융계의 관행이 철퇴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는 4일 BBC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금융계 등 기업의 고위 임원들에게 수백만 파운드(100만 파운드는 한화 약 18억원)에 이르는 고액 연봉과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을 규제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클레그 부총리는 “민간 회사 임원들이 받는 부당하고 무책임한 고액 임금을 억제하기 위해 관계 부처가 내년 1월에 새로운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레그 부총리는 “기업 임원들에게 고액 연봉을 주는 것은 임금 동결로 어려움을 겪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의 뺨을 때리는 격”이라면서 “특히 실적이 부진한데도 거액 성과급을 챙겨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금융기관들이 여건이 조금 나아지자 과잉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영국 상위 기업 임원들의 임금은 5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증시에 상장된 100대 기업 임원의 평균 임금은 270만 파운드(약 49억원)로 집계됐다. 영국 정부는 임원들의 연봉을 정하는 ‘보수 책정 위원회’에 일반 직원들을 참여시켜 임원들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임금 지급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고액 연봉자들의 임금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날 로이즈 뱅킹 그룹이 최고경영자에게 145만 파운드의 보너스를 지급키로 했다가 은행이 올해 3/4분기까지 39억 파운드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자 보너스 지급액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