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들의 탐욕에 항의하는 점령시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 주요 기업 최고 경영자들의 임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국 기업 임원들의 고액 보수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압력 단체들이 중심이 돼 지난해 구성한 ‘고임금 조사위원회’는 22일 지난 1년간의 활동을 정리하면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상위 0.1%에 해당하는 최고 경영자와 근로자의 평균 임금의 차이가 지난 30년간 심화돼 왔다고 비판했다.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요 기업 최고 경영자의 임금은 지난 30년간 평균 4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1980년 6천474파운드(한화 약 1천200만원)에서 현재 2만5천900파운드(4천800만원)로 지난 30년간 300% 증가하는데 그쳤다. 연구 대상이 된 바클레이즈은행 전 최고경영자 존 발리의 경우 연간 437만 파운드(81억원)를 받았는데 이는 근로자 평균 임금의 169배에 달하는 액수다. 1980년에 바클레이즈 최고 경영자의 임금은 8만7천323파운드(1억6천만원)로 근로자 평균 임금의 13배였다. 로이즈뱅킹 최고경영자의 경우 지난 30년간 임금이 3천141% 증가해 현재 257만2천 파운드(47억6천만원)에 달하며, 이는 근로자 평균 임금의 75배 수준이다. 30년전 로이즈뱅킹의 최고 경영자 임금과 근로자 평균 임금의 차이는 13.6배였다. 보고서는 2천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명 가운데 4명 꼴로 최고 경영자의 임금이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원회의 데브라 하그리브스는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고 많이 받는 0.1%와 일반 근로자들 사이에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서 신뢰가 깨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영국 경제에 해악을 끼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고임금 관행을 없애기 위한 실천 과제로 경영진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평직원을 보수 책정위원회에 참여토록 하고, 상위 10명의 연봉을 공개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또한 기업들이 최고액 연봉자와 평균 연봉자의 연봉 비율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경영진에 대한 고임금 관행이 지나친 성과 위주로 흘러 금융기관의 고위험 투자 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라 임금 책정을 투명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