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의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취재 행태를 폭로하는 증언이 21일 청문회에서 잇따랐다. 유명 영화배우 휴 그랜트는 루퍼트 머독 소유 타블로이드판 신문들만 불법적인 취재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언론 자유가 민주주의의 초석이긴 하지만 지난 20년~30년 동안 언론 일부가 해롭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블로이드판 신문의 불법적인 도청 피해에 대한 대책을 호소해온 그랜트는 이들 타블로이드판 신문의 주요 전략이 “괴롭히고 윽박지르고 협박하는 것이며 이제는 이 나라가 이런 짓에 맞설 용기를 갖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청문회는 지난 7월 머독 소유의 뉴스 오브 더 월드가 취재를 위해 유명인사들이나 살인범죄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불법 도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특별 지시로 열렸다. 그랜트는 자신의 전화를 타블로이드 신문인 ‘더 메일 온 선데이’가 해킹한 것으로 생각하며 또 다른 타블로이드 신문인 ‘더 데일리 미러’가 자신의 의료기록에 접근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전화가 해킹당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갖고 있지 않다면서 “전화 해킹이 아니라면 그들의 소식통이 무엇인지를 정말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자신의 연애 문제에 대한 얘기는 자신의 보이스메일을 엿듣는 방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이 신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승소했다. 피살된 10대 소녀 밀리 다울러의 부모도 이날 청문회에 나와 자신들의 피해 상황을 증언했다. 다울러의 모친인 샐리 다울러는 딸의 휴대전화 메시지가 삭제되는 것을 보고 “그녀가 살아있다”고 잘못 생각하게 된 당시 상황과 이후의 괴로움을 전했다. 다울러 부부는 딸이 실종돼 피살이 확인되기까지 사건이 계속되는 동안 기자들이 집 정원에 숨어들고 가족들의 사진이 계속 찍혀나가는 등 사생활이 깊숙이 침해당하는 데 대한 고통도 털어놓았다. 밀리 다울러의 휴대전화 메시지는 뉴스오브 더 월드사가 고용한 탐정 글렌 멀케어가 밀리 다울러에게 오는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저장 공간 확보 차원에서 지운 것으로 추정돼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근년들어 매우 공격적인 보도 행태를 보여 왕실 인사들이나 유명 스타, 정치인들의 내밀한 대화 내용을 보도하는 등 물의를 일으켜왔다. 그동안의 수사 과정에서 뉴스오브 더 월드사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유명인사들과 범죄피해자 등 최고 6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휴대전화에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청문회는 브라이언 레비슨판사의 주재로 진행됐으며 ‘해리 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 등의 증언이 이번주 후반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