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여당인 보수당 내 일부 의원이 추진한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실시 방안이 의회에서 부결됐다. 영국 하원은 24일 EU 탈퇴 국민투표 회부 요구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해 찬성 111표 대 반대 483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시켰다. 보수당 소속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연립정부 소수파인 자유민주당, 야당인 노동당이 모두 EU 탈퇴에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부결은 이미 예상됐었다. 그러나 EU 통합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캐머런 총리의 뜻에 반기를 든 보수당 의원 등의 찬성표가 당초 예상인 80~81표보다 30표가량 더 많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작년 5월 집권 이후 당내에서 최대의 도전을 받은 캐머런 총리의 지도력이 표결 결과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또 유럽이 경제위기 등 난제를 안고 있는 이때 영국 정부 여당 내에서 반 EU 흐름이 불거짐에 따라 EU의 위기 극복 노력에도 지장이 초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트위터를 통해 “(캐머런) 총리의 굴욕”이라고 평했다. 보수당의 공식 당론은 EU 통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지만, EU가 영국의 주권과 자율성을 위협한다는 뿌리깊은 반 EU 정서가 당내에 상존하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 EU 정상회의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화 미가입국인 영국은 유로존 문제에 일일이 간섭하지 말라고 공격한 것을 계기로 보수당 내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표면화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주말 선데이타임스의 여론조사 결과 영국 국민의 66%가 EU 탈퇴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