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버킹검 궁정에서 트라팔가 광장을 잇는 The Mall Street에는 수 많은 인파가 여왕의 생일을 맞아 진행되는 거리 행진인 ‘Trooping the colour’를 보기위해 모여 들었다.
다우닝 10번지 근처에서는 영국 신사하면 의례 떠 올리는 높은 중절모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정장의 신사들과 화려한 드레스를 빼 입은 숙녀들이 긴 줄로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들은 행사장 안에 입장하기 위해 초대장 확인과 몸 수색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서 들어갔다.
초대장이 없는 일반인들과 관광객들은 St.Jame’s Park 근처의 길목에 길게 늘어서서 행렬이 지나기를 기다렸는데, 이 역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다.
드디어 10시 30분 버킹검 궁전에서 출발한 밴드와 드럼 연주대를 선두로 왕의 근위병인 ‘Royal Horse Artillery’에 에워싸인 왕가의 가족이 마차를 타고 지나가고 다시 수십명의 Guards 호위 속에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이 수 많은 구경꾼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Horse Guards’ 광장으로 향했다.
12시 30분경 광장에서의 행사가 끝난 후 버킹검궁으로 다시 돌아가는 행렬은 좀 전과 같은 대열로 빠르게 지나갔고 이 퍼레이드가 궁정에 당도하자 하늘에서 비행기들이 대열을 맞추어 축하 비행을 하고 여왕 가족이 버킹검 궁전 발코니에 나와 시민들에게 답례의 인사를 하며 모든 행사는 마무리됐다.
퍼레이드가 끝난 거리에는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행렬과 거리의 청소차량, 신호등을 다시 세워놓는 (행사를 위해 신호등까지 뽑아냈었다!) 인부들의 몸짓이 빨라지고 찻길을 점령하는 해방감에 맛보기 위해 마지막까지 거리 가운데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대는 관광객들이 뒤섞여 짧지만 화려한 축제의 끝을 장식했다.
과연 영국인에게 여왕의 의미는 무엇일까? 빅벤이나 타워 브리지 등의 영국 명소 못지 않은 최고의 관광상품이며 일반인들의 호기심과 대리만족을 충족시켜 주는 “스타”와 같은 역활을 대행해 주는 좋은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18세기 조지 3세의 생일에 처음 행해졌던 이 ‘Horse Guards Parade’는 빅토리아 여왕시대를 거쳐 지금껏 이어져 오는데 영국으로 수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이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었다.
내년 6월이 되면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또 이를 보기 위해 거리를 가득 메울 것이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