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을 통해 만남을 이어가면서 거액을 송금받아 가로채는 신종 사기가 영국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
영국 레스터 대학과 웨스트민스터 대학 연구팀이 공동으로 2천여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온라인 데이트를 이용한 사기 사건이 매우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피해자가 20만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기단은 군인 또는 모델 등의 가짜 신분을 꾸며 이성 또는 동성간 만남을 주선해주는 온라인 사이트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에 사진을 올려 대상을 물색했다.
일단 온라인상에서 만남이 이뤄지면 이들은 오랜 기간 대화를 지속하며 친분을 쌓고 상대방의 특성 등을 철저히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단은 관계가 무르익을 때쯤 되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돈이 필요하다면서 계좌로 돈을 송금받아 가로채는 수법을 써왔다.
연구팀을 이끈 레스터 대학의 모니카 위트니 교수는 “상당수 피해자는 너무 당황하고 관계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신고를 꺼린다”면서 “피해자들이 ‘쉬쉬’하기 때문에 실제 알려진 것보다 피해 사례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트니 교수는 “피해자들은 돈을 잃은 것은 물론 사랑이나 친구, 심지어 결혼상대로까지 생각했던 관계가 깨진 데 따른 정신적 충격에 빠진다”면서 이러한 사기사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중대범죄조사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모두 592건의 온라인 데이트 사기 신고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203명이 5천파운드(한화 약 925만원) 이상을 사기당했고 심지어 24만 파운드(4억5천만원)을 송금한 경우도 있었다.
중대범죄조사청은 사기단이 대부분 영국 이외의 장소에 근거지를 두고 매우 조직적으로 범행하고 송금을 요구하기 전에 상대방을 철저히 분석해 취약점을 파고든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돈을 보내기 어려운 사람의 경우 그들의 계좌를 이용해 돈세탁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대범죄조사청의 콜린 우드콕은 “온라인 데이트를 지속하는 수백만명이 잠재적으로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상대방이 해외에 근무한다고 하거나 대면 접촉을 거부하는 경우, 얼굴을 본 적도 없는데 급한 돈이 필요하다고 할 경우 등은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