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이 “내가 소속된 단체엔 두 개의 하부 조직(cell)이 더 있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뒤 배후와 공범 존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레이빅은 지난달 25일 오슬로 지방법원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첫 구금 심리에서 단독 범행이 아님을 암시했다. 오슬로 정부 청사 폭탄차량 테러와 우퇴야 섬 총격난사 사건 발생 당시부터 그 규모로 미뤄 브레이빅을 도운 공모자가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노르웨이 경찰은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진술이 신뢰성이 낮다고 판단해 여전히 단독범행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브레이빅은 범행에 앞서 낸 성명서에서 “2002년 런던에서 열린 템플 기사단 재건 모임에 참석했다”며 “영국의 극우단체 ‘영국수호동맹(EDL)’과도 여러 차례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브레이빅이 영국 극우파와의 연계를 주장하자 2012 런던 올림픽을 코앞에 둔 영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노르웨이에 공동 조사를 위한 경찰을 급파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브레이빅의 주장을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다짐했다. 브레이빅이 만났다고 주장한 EDL 측은 “브레이빅의 주장이 역겹다”며 “이번 사건으로 다른 극단주의자가 잔혹행위를 저지를까 두렵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EDL 회원 여러 명이 브레이빅과의 만남을 시인했다”며 “그가 페이스북을 통해 회원들과 정기적으로 연락하면서 마치 히틀러처럼 ‘최면을 거는 듯한’ 화술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브레이빅이 어떤 조직과 연계될 가능성보다는 그를 추종하는 이들이 다른 증오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브레이빅이 공개 재판을 요구한 것은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세계에 대한 공포)’와 무슬림에 대한 공격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그를 추종하는 극단주의자들의 제2, 제3의 범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