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차남 제임스 머독이 휴대전화 해킹사건 청문회에서 위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영국 의회가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 하원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의 존 위팅데일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제임스가 청문회에서 한 증언과 해킹 주체로 지목된 폐간 신문 뉴스오브더월드의 전직 간부 2명의 주장이 어긋나 이에 대한 추가 답변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제임스는 아버지 루퍼트와 함께 지난 19일 청문회에 출석, “회사 간부들이 해킹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면서 휴대전화 해킹이 회사가 추구하는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말해 해킹이 자신과 무관하게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뉴스오브더월드의 전 편집장 콜린 마일러와 이 신문의 모기업 뉴스인터내셔널의 전 변호사 톰 크론은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자신들이 해킹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건을 담당했으며 피해자들과 비밀리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경영자인 제임스 머독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제임스가 위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위팅데일 위원장은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제임스와 전직 간부 2명에게 모두 추가 해명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해킹을 직접 실행해 체포된 사설탐정 글렌 멀케어도 침묵을 깨고 머독 일가에 불리한 증언을 내놓기 시작했다. 멀케어는 이날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나는 뉴스오브더월드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면서 “지난 2002년부터 나는 실질적으로 고용된 직원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6년 해킹이 탄로나자 뉴스오브더월드 측이 기자 개인이 탐정에게 의뢰해 행한 불법행위였다며 회사와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을 정면 반박하는 것이다. 영국 경찰의 수사도 확대되고 있다. 런던 경찰청은 현재 수사팀 외에 별도의 수사팀을 꾸려 컴퓨터 해킹을 포함해 추가적인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다. 한편 영국 윌리엄 왕자가 지난 1월 제임스와 뉴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레베카 브룩스와 오찬을 갖고 “도청 파문에 대해 거대한 언론제국(머독 측)의 어느 누구도 사과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당시는 지난 2006년 처음 불거진 왕실 직원에 대한 뉴스오브더월드 도청 사건의 파문이 다시 확산하던 상황이었다. 윌리엄 왕자는 자신의 측근 직원 전화를 도청해 놓고 사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비판했으며 제임스와 브룩스는 그에게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