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대전화 해킹·도청 파문으로 폐간한 영국 매체 뉴스오브더월드와 경찰 간 깊은 유착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그동안 엄격한 법의 수호자로 명성이 높았던 런던경찰청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17일 뉴욕타임스(NYT)와 AFP 등에 따르면 런던경찰청은 지난 2006년 뉴스오브더월드의 도청 사건 수사를 벌일 당시 이 언론사의 의뢰를 받고 해킹을 실행한 사설탐정 글렌 멀케어의 집에서 해킹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이름이 적힌 1만1천 쪽 분량의 기록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유명인사와 정치인, 스포츠 스타, 경찰관, 범죄 피해자 약 4천명의 이름이 올라 있었고, 각 장마다 이를 의뢰한 기자와 편집자의 이름이 함께 쓰여있었다. 하지만 런던경찰청은 이 가운데 ‘표적 대상’으로 분류된 왕실 일가와 직원 8명, 그리고 다른 28명 등 36명과 관련해서만 조사를 벌이고 나머지는 살펴보지 않고 2010년 가을까지 증거 보관실에 그대로 방치했다고 전현직 경찰 관리들은 전했다. 이 기간 중 런던경찰청의 고위 간부들은 의회와 판사, 변호사는 물론 잠재적 해킹 피해자들, 언론, 대중들을 접할 때마다 뉴스오브더월드가 행한 해킹이 광범위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었다. 전직 경찰들은 런던경찰청이 나태하고 무능력했으며 특히 용의자로 여겨야 할 사람들과 너무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면서 일부 경찰관은 범죄 자체에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사태 이후 런던경찰청 고위 간부들과 뉴스오브더월드 간에 수사 목표를 공유할 정도의 밀월 관계마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해킹·도청 음모를 꾸민 혐의로 체포된 뉴스오브더월드의 전 부편집장 닐 월리스의 경우 2009년 뉴스오브더월드를 퇴사한 뒤에는 런던경찰청의 미디어 전략담당으로 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런던경찰청의 최고위 간부들도 밀월에 예외는 아니었다. 해킹 스캔들이 불거진 2006년 이후 폴 스티븐슨 런던경찰청장, 존 예이츠 치안감 등은 뉴스오브더월드의 모기업인 뉴스인터내셔널 편집자들과 정기적으로 저녁식사를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