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영국 연립정부의 긴축정책이 한창인 가운데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지난해 비교적 알뜰한 살림살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킹엄궁은 5일 납세자들이 2010-2011 회계연도에 부담한 여왕 경비는 3천210만 파운드(한화 약 577억원)로 그 전 회계연도의 3천390만 파운드(610억원)에 비해 5.3%(180만 파운드) 감소했다고 밝혔다. 왕실 재정을 담당하는 앨런 레이드경은 보고서에서 “여왕이 정부의 공공 지출 삭감에 동참하기 위해 왕실 재정을 줄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버킹엄궁과 윈저궁 등의 유지 비용 집행을 미루고 왕실 직원에 대한 임금 동결 등으로 비용을 줄였다”고 말했다. 레이드경은 “왕실 직원들에 대한 임금 동결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 5년간 여왕의 공식 지출은 실질적으로 19%나 줄였기 때문에 더이상 지출을 삭감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국 의회가 왕궁 유지 비용과 왕실 직원 인건비 등으로 책정하는 금액은 790만 파운드다. 그러나 이는 10년째 동결돼 있어 적립금 가운데 560만 파운드가 추가로 쓰여 의회가 왕실에 직접 지급한 비용은 모두 1천350만 파운드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정부 부처 가운데 문화부, 교통부 등이 추가로 지급한 보조금이 1천840만 파운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왕실 여행 경비는 600만 파운드로 나타났다. 이번 비용은 그러나 2010-2011 회계연도가 3월말로 끝나기 때문에 4월 29일 치러진 케임브리지 공작 부부의 ‘세기의 결혼식’ 비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왕실에 반대하는 공화주의자들은 “실제 잡히지 않은 간접 지원이 많기 때문에 우리가 집계한 왕실 유지 비용은 매년 2억 파운드 이상”이라면서 “군주제는 매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왕실은 18세 중반부터 왕실 소유의 재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매년 의회의 직접 지원금과 정부 각 부처의 보조금을 받아왔으며, 내년부터 통합된 군주 지원금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