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지방선거에서 연립정부 내 소수파인 자유민주당이 참패했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과반을 확보해 제1당에 올랐다. 자민당은 앞선 하원 의원 보궐·재선거에서도 극심한 부진을 겪어 지난해 5월 보수당과의 연정에 참여한 뒤 계속되는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고 있다.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등에서 5일 실시된 지방자치단체 선거 개표 결과에 따르면 6일 오후 현재 자민당은 잉글랜드 지역에서 기존 의석의 절반 가량을 잃었다. 리버풀, 맨체스터, 헐, 스톡포트, 브리스톨 등을 비롯해 자민당 당수 닉 클레그의 지역구인 쉐필드에서도 노동당에 자리를 내줬다. 자민당은 또한 스코틀랜드에서도 SNP에 13석을 빼앗겨 4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자민당의 참패 원인은 국가재정난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보수당이 주도하는 연정 참여 이후 선거 공약을 지키지 못한 채 지지 기반인 학생, 빈민층,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불리한 긴축 정책에 동참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에서는 SNP가 129석 가운데 절반을 넘는 65석을 차지해 제1당에 올랐고, 노동당은 29석(-10석), 자민당은 4석(-13석), 보수당은 9석(-5석)을 각각 차지했다. 스코틀랜드 지역은 과거 노동당 정부 시절 고든 브라운 전 총리를 비롯해 지역 출신 정치인들이 대거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하면서 노동당 강세 지역이었으나 이번에 SNP에 1당 자리를 빼앗겼다. SNP는 그동안 자치권 확대 등을 요구해왔기 때문에 중앙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지 주목된다. 노동당은 스코틀랜드에서 부진했지만 웨일스 지역에서 보수당(14석) 보다 훨씬 많은 30석을 확보했다. 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우세를 보여온 보수당이 1위를 유지한 가운데 노동당이 자민당의 의석을 상당수 빼앗아오면서 보수당과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잉글랜드의 279개 지역 의회 가운데 이날 오후 현재 보수당이 88곳(+3)을 차지했고 노동당이 44개(+21), 자민당이 7개(-6)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총선과 비교해 여당인 보수당은 제자리를 지켰고 야당인 노동당은 스코틀랜드 지역에선 SNP에 밀렸지만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 자민당 의석을 상당 부분 잠식하면서 약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민당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23.3%의 득표율(의석수 57)로 제3당에 올라 제1당인 보수당이 주도하는 연립정부에 참여했으나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당이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당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