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총리 “순 이민자, 20만명서 수만명으로 축소” 케이블 장관 “인력 구하기 어려워 경제에 악영향”
영국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이 이민정책을 놓고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연립정부에서 보수당이 이민자를 대폭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자민당은 이민자 규제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14일에는 보수당 당수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이민 관련 발언에 대해 자민당 출신의 빈스 케이블 기업부 장관이 정면으로 반박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순 이민자 규모를 현재 20만명 수준에서 수만명 규모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이민자들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영어를 습득하지 않는 이민자들로 인해 사회가 분열되고 이민 규제를 피하려고 억지로 결혼하는 방법까지 동원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 노동당 정부가 집권했던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순 이민자 수는 22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연설 내용이 공개되자 케이블 장관은 BBC에 출연해 “매우 현명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총리가 극단주의에 불을 붙이는 모험을 하고 있다”면서 이민자 수를 수만명 수준으로 줄이는 것은 연립정부의 합의사항이 아니며 단지 보수당의 정책일 뿐이라고 공격했다. 케이블 장관은 유럽연합 이외 지역으로부터 유입되는 이민자를 규제하면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경기 회복과 성장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연립정부 출범 이후 이민자 문제에 대해 확전을 자제해온 양당이 이처럼 심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다음달 지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고정적인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당이 이민자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중산층 이상의 지지를 받는 반면 자민당은 학생, 이민자 등을 지지층으로 두고 있다. BBC는 “양당이 이민자 문제에서 상반된 입장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꾸려왔으나 이번 총리의 발언과 이에 대한 케이블 장관의 대응은 휴전이 깨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