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학들이 최대 3배까지 등록금을 올리는 인상안을 앞다퉈 발표하면서 영국 사회가 시끄럽다. 재정적자 해소를 내세운 영국 정부가 지난해 대학 지원 예산은 대폭 축소하고, 대신 등록금 상한선을 크게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예고됐던 등록금 폭등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연간 3290파운드(약 587만원)로 설정된 학비 상한선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대신 2012년부터는 대학들이 6000~9000파운드 선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처였다. 당시 영국 정부는 이런 비난을 의식한 듯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평균 7500파운드 선에서 등록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있다. 지난 5일 현재, 애스턴·바스·리버풀 존 무어스 등 32개 대학이 등록금 인상 계획안을 내놨는데, 이들 가운데 3분의 2가 연간 9000파운드까지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아직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대학들도 서로 눈치만 보면서 최대치까지 등록금을 올릴 기세다. 대학들은 내년 한해만 당장 정부의 교육 예산 지원이 12.6%(9억4000파운드)가량 줄어들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지금 수준의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며 등록금 인상의 정당성을 읍소하고 있다. ‘비싼 등록금=명문대’처럼 비쳐, 등록금을 올리지 않을 경우 ‘2류 학교’로 여겨지는 게 아니냐는 심리적 요인도 등록금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급해진 영국 정부가 “등록금이 비싸 학생들의 지원이 줄어든 학교에 대해선 향후 신입생 선발 인원수를 줄이겠다”, “9000파운드의 등록금을 받는 대학은 빈곤·소외계층 학생 선발 수를 더 늘려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이를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을 오롯이 부담해야 할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인상된 등록금을 내야 할 2012년엔 거센 사회적 반발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에도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대규모 학생 시위가 영국 곳곳에서 일어난 바 있다. 학비 부담이 크게 늘면서 중산층·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하는 등 교육을 통한 사회적 계층이동의 길이 막히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