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올릴 땐 금세, 내릴 땐 느리게 … 복잡한 요금체계로 비교 어렵게 영국 에너지 규제당국 요금체계 단순화 등 개혁 명령
국제 유가가 오를 때는 시중 기름값이 금세 오르다가도 국제시세 하락 시기에는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속도가 굼뜨기만 한 것 같다. 이런 의심이 기분 탓이 아니라 사실로 확인됐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텔레그래프가 21일 보도했다. 영국 에너지 시장 규제기관인 ‘천연가스·에너지 시장 사무소(Ofgem)’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6개 주요 에너지 업체가 복잡한 요금체계를 이용해 초과 이윤을 취하는 등 소비자를 기만한 행태가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업계는 우선 에너지 도매 공급가격이 오를 때에는 재빨리 소비자 가격을 올렸지만 도매가가 내리는 상황에서는 이를 서서히 반영했다. 또 요금체계를 복잡하게 설계해 소비자들이 부과된 요금에 대해서 제대로 따지기 어렵게 해놓았다고 Ofgem은 지적했다. 에너지 업계의 가입자 1인당 평균 수익은 지난해 9월 65파운드에서 11월 90파운드로 38% 급등했다. Ofgem은 대형 에너지 업체들이 가격을 올려 이익을 늘리는 데 혈안이 돼 있으며 이에 따라 업계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고 질타했다. Ofgem은 이에 따라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최종 경고를 전달했으며 공정한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요금 부과체계를 단순화하고 자체 생산한 전력의 20%를 다른 업체에 판매하라고 업계에 명령했다. 영국의 에너지 요금제 종류는 2008년 180종에서 현재 약 300종으로 늘었으며, 가입자가 일정량 이상을 쓰게 되면 요율이 달라지는 복잡한 체계로 돼 있다. 영국 정부는 요금 부과체계를 전력단위당 일정 요율로 획일화해 소비자들이 업체 간 가격 비교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발전량의 20%를 도매 판매하게 함으로써 전력 시장의 경쟁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Ofgem은 이같은 개혁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업체를 공정경쟁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다. 에너지 업체를 비판해 온 시민사회와 에너지 업계는 이번 개혁 조치를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소비자 단체들은 그러나 이런 조치가 실제 소비자 부담 축소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소비자 단체 ‘위치?’(Which?)를 이끄는 루이스 핸슨은 “Ofgem의 조사 결과 에너지 업계의 소비자 기만행위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며 “정부가 단호한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런 행태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