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왕자의 결혼식을 앞둔 영국에서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테러조직이 활동 중인 정황이 포착돼 현지 공안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 더 타임스는 21일 이같이 밝히고 그간 자생적인 이슬람 테러집단의 추적하는 데 주력해온 영국 공안당국이 이제 분리주의 세력인 이들의 테러가능성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도 일명 ‘코브라’로 불리는 비상각료회의 소집 횟수를 매주 3차례로 늘렸다. 이 회의는 경우에 따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직접 주재한다. 영국 경찰과 정보국(M15)이 몇달 전부터 이들 분리주의 세력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현지에서는 양대 테러조직에 의한 동시다발 공격의 가능성과 관련해 최고위급 대책회의가 수시로 소집되는 등 극도의 긴장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세기의 결혼식으로 불리는 윌리엄 왕자와 동갑내기 약혼녀인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이 4월29일 열릴 예정이다. 5월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 일정이 잡혀 있고 내년에는 런던올림픽이 열린다. 당국은 그러나 이들 분리주의 세력의 테러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은 이들이 알-카에다와 연계된 다수의 자생적인 이슬람 테러조직만큼 위협적인 것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2008년 당시 인도 뭄바이에서 자행된 테러와 유사한 형태의 공격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뭄바이에서는 사전에 정교하게 기획된 연쇄 폭발과 총격으로 170여명이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군경은 지난주 버밍엄과 레딩에서 테러집단의 동시다발 총격에 대비한 도상훈련을 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IRA 세력은 규모가 작고 훈련도 부족해 그 위협이 북아일랜드에 국한된 것으로 평가됐다. 아일랜드해 바깥에서 테러를 일으킨 것도 분파세력인 리얼 IRA가 지난 2001년 폭탄공격을 가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북아일랜드에서는 차량폭탄이 터지거나 부비트랩을 이용해 특정인을 공격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9월 테러경보 수준을 ‘보통(Moderate)’에서 ‘상당(Substantial)’으로 격상시켰다. 당시 조너선 에반스 정보국장은 IRA가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주에는 휴 로버트슨 영국 체육장관도 IRA를 올림픽 안전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봐야 한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