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명문 대학에 등록금을 올려 받는 대신 공립고등학교 출신 학생의 입학을 크게 늘리는 사실상 ‘공립고 신입생 할당제’를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연립정부는 대학마다 공립고등학교 출신 학생 입학 정원을 정해놓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벌금을 물릴 계획이라고 11일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벌금은 최저 6천 파운드지만 최고 50만 파운드까지 매길 수 있다. 연립정부에 참여한 자유민주당 당수인 닉 클레그 부총리는 “명문대학이 가정 형편은 어렵지만 똑똑한 학생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공립고는 중산층 이하 학생들이 주로 다니고 상류층 자녀들은 대부분 사립고를 선택한다. 이런 ‘입학생 할당제’는 대학에 등록금을 3배까지 올려받도록 허용한 뒤 나온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정부는 앞서 연간 3천373 파운드인 대학 등록금을 내년부터 최고 9천 파운드까지 받을 수 있게 허용했다. 학비가 오르면 재능있는 가난한 학생들의 고등 교육 기회가 박탈되고 사회 생활을 빚더미와 함께 시작하게 된다는 이유로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입학 할당제 역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사립고교 교사들은 “세계 최고 수준인 영국 대학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사립고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재능있는 학생이 명문 대학을 못가는 역차별도 예상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학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런던대 데이비드 레빈 학장은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고 말했고 옥스퍼드 맥달렌스쿨 팀 핸즈 학장은 “우리 대학은 높은 학문 수준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이제 정치적인 간섭 때문에 수준을 낮춰야 할 처지”라고 불평했다. 한편 지난 2008-2009학년도에 케임브리지대학은 신입생 가운데 70%를 공립고 출신으로 채우겠다는 기준을 정했지만 실제 합격한 공립고 출신은 59%에 그쳤다. 케임브리지대학 당국자는 “63% 이상은 도저히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