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가 실패했다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발언으로 영국에서 무슬림들의 사회통합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이 6일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소극적 관용을 원칙으로 하는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고 선언하고 영국적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무슬림 단체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을 삭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캐머런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당장 보수·자민 연립정부 안에서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닉 클레그 부총리를 필두로 한 자민당 의원들과 보수당의 사이에다 와르시 의장 등은 다문화주의를 옹호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다문화주의의 종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문화주의를 둘러싼 연립정부 내부의 갈등은 지난해 런던에서 열린 무슬림 국제회의에 참석하려던 와르시 의장의 계획이 보수당 간부들의 반발로 무산됐을 때도 불거졌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와르시 의장은 지난달 레스터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이슬람 혐오증이 영국 중산층까지 물들이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폭력이 양산될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영국의 무슬림 단체들은 캐머런 총리가 이슬람 혐오증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전적으로 반대한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이 극우단체들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공교롭게도 캐머런 총리의 발언은 극우단체인 ‘영국수호동맹’(EDL)이 영국 루턴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날에 이뤄져 이같은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캐머런 총리의 발언은 연립정부가 이슬람권의 온건주의를 확산시킴으로써 이슬람 극단주의를 막는다는 ‘예방’(Prevent) 전략의 재검토에 착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예방 전략은 영국에서는 비폭력을 호소하면서 해외에서는 폭력적 극단주의를 지원하는 무슬림 단체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단체 ‘센트리’(Centri) 간부인 하라스 라피크는 캐머런 총리가 예방 전략의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영국 지도자가 다문화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며, 토니 블레어 전 총리도 2005년 런던 폭탄테러 사건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영국의 관용 정신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