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첫 골프 및 민간교류 큰 의의, 한국 3위 차지
‘페어웨이와 러프의 차이는 천당과 지옥이었다.’
제1회 재영아시아 친선골프대회가 열렸던 명문 벨프리(Belfry) 골프장 브라바존(Brabazon) 코스에서 라운딩을 마친 선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무나 못쳤기 때문이다.
한국·중국 그리고 일본 총 3개국이 참가한 이번 첫 대회에는 각국 40명씩 선수가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핸디캡에 관계없이 그로스(스크래치)로 가장 잘 친 15명의 스코어를 합산해 우승을 가리는 방식을 채택한 이번 대회의 초대우승은 주최측인 중국이 차지했다. 선수층이 엷은 한국은 일본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버밍검 근교에 자리잡은 코스(파72·7177야드)는 이날 빗발이 이따금씩 흩날리며 강풍이 부는 등 날씨는 좋지 않았으나 코스상태는 완벽에 가까웠다.
특히 페어웨이와 러프의 잔디길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였으며 긴 러프로 인해 공을 찾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페어웨이는 너무 좋은 나머지 거의 ‘그린’ 수준에 가까웠다.
적당한 속도의 그린은 명문 골프장답게 정확한 퍼팅이 아니면 홀을 맞고 튀어나가거나 홀을 돌면서 바깥으로 도망가는 등 선수들을 열받게 했다. 그린주위 역시 A러프 혹은 B러프의 잔디가 너무 거칠어 칩샷으로 핀에 붙이는데도 애를 먹었다.
티샷 혹은 세컨드샷은 맞바람과 옆바람 등으로 클럽 선택의 어려움과 거리가 안 나는 점 그리고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탈출샷을 하더라도 또 다른 러프에 빠지는 등 3중고를 치르며 트리플보기 내지 더블파를 기록하기 십상이었다.
이날 본인의 핸디캡보다 8∼9개를 오버하더라도 입상권에 들 정도였다.
파3의 홀 4곳에 니어리스트 상품이 걸렸는데 니어리스트들은 홀에서 4∼5cm까지 붙이는 실력을 과시했다.
한국팀 왜 부진했나?
◆엷은 선수층에 싱글 플레이어 부족
중국 13명과 일본 10명의 싱글핸디캡 플레이어에 비해 우리는 4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각국 상위 15명의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데 애초부터 불리했다. 싱글핸디캡 플레이어 숫자 순으로 순위가 결정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한인사회의 많은 싱글 플레이어가 교회와 성당에 나가는 신도들이라 일요일 경기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도 설득력이 있다.
이민 역사가 오래된 재영중국인은 60∼70만명에 이르며 일본인도 7∼8만명에 달해 우리의 3∼4만명과 숫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일치기로 인한 컨디션 조절 어려움
우리선수단은 새벽 4시30분에 뉴몰든에 집결, 전세버스로 출발했다. 2시간30분 여행 후 부랴부랴 옷 갈아입고 치다 보니 수면부족과 여유부족으로 인해 컨디션 조절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일본팀은 25명 정도가 현지에서 토요일 연습라운드를 가진 후 골프장 안에 있는 호텔에서 숙박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또 일본측은 선수 40명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신청을 해 런던근교에서 별도 예선전을 치르기도 했으니 열성과 준비면에서 우리보다 앞섰다.
원래 한·중·일 대회로 하려고 했으나 내년부터 말레이시아, 싱가폴, 홍콩 등이 참석할 가능성이 커 ‘오리엔탈 친선골프대회’로 명칭이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재영골프협회(회장 송천수)와 체육회(회장 김훈)는 이번 대회를 위해 수차례 중국·일본 대표단과 회의를 하는 등 많은 준비와 봉사를 했다. 스폰서를 구하고 연락업무를 하는 등 희생적인 노력이 돋보였다.
첫 대회인만큼 매끄럽지 못한 진행도 있었으나 ‘시작이 반이다’고 하듯 첫 대회를 화기애애하게 치른 만큼 매년 이 대회가 더욱 확대·발전하면서 영국 속의 아시아인 결속 및 단합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