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해가 지지않는 나라’를 지탱했던 영국 해군의 자존심이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연립정부가 재정적자 감축 계획에 따라 해군의 기함 아크 로열 항공모함을 즉시 퇴역시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아크 로열과 함께 항공모함에서 이착륙하는 해리어 제트 전투기 80대도 폐기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19일 이러한 내용의 전략적 국방안보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함은 전투에 나갈 때 사령관이 탑승하는 배로 지휘관의 계급을 나타내는 기장을 게양하는 해군의 상징적인 배를 말한다. 영국에는 그동안 ‘`아크 로열’과 ‘일러스트리어스’ 2척의 항공모함과 이를 기반으로 80대의 해리어 전투기를 운용해왔다. 따라서 이번 계획은 차세대 이착륙 전투기가 도입될 예정인 2019년까지 영국이 바다에서 이착륙할 전투기를 보유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현지 언론매체들은 풀이했다. 1대 남은 일러스트리어스함은 전투기 없이 헬기 위주로 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1985년 진수된 아크 로열은 세계 최초의 현대식 항공모함으로 꼽히며 1990년대 발칸 분쟁과 2003년 이라크 전쟁 등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최근에는 화산재 여파로 프랑스와 스페인에 발이 묶였던 영국인을 데려오기 위해 유럽 대륙에 급파되는 등 영국 해군력의 상징으로 간주돼 왔다. BBC는 “1588년 처음 영국 해군 함정에 ‘아크 로열’이라는 이름이 붙여진뒤 같은 이름이 붙은 다섯번째 함정이 이번에 퇴역하는 항공모함”이라고 전했다. 연립정부는 그러나 신규 건조를 추진 중인 퀸 엘리자베스함과 프린스 오브 웨일스함 등 2척의 항공모함은 계약 철회에 따른 비용이 오히려 더 든다는 점을 들어 예정대로 건조를 추진키로 했다. 보고서에는 또한 해군 병력 4천명 감축, 육군 병력 7천명 감축, 해군 순양함 5척 퇴역, 탱크 100대 폐기, 국방부 공무원 감원 등도 포함돼 있다. BBC 등 현지 언론매체들은 이날 전체 국방비 감축 규모가 전년 대비 7~8%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아크 로열이 정박 중인 해안을 찾아 퇴역을 아쉬워하는 생중계를 매시간 내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