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밀리반드 대역전극 끝, 친형 눌러
‘형제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영국 노동당 당수 경선에서 예상을 깨고 동생인 에드 밀리반드(Ed Miliband·40·전 에너지·기후변화 장관)가 형 데이비드 밀리반드(45·전 외무장관)를 물리치고 승리했다.
에드는 지난달 25일 노동당원, 하원 및 유럽의회 의원, 노동조합 대표가 참여하는 1차 직접 투표에서는 형에 뒤져 2위에 그쳤으나 2순위 표를 가산하는 과정에서 대역전극을 펼쳤다.
경선 초반 도박사들에 의해 “10대 1 정도의 열세”라고 평가받던 에드의 대역전극에는 노동당의 돈줄과 조직망 역할을 하는 3대 연맹 노조(GMB, Unions, Unite)의 지지가 결정적 변수가 됐다. 유나이트의 경우 노조원에게 투표용지를 보내면서 에드에 대한 지지성명서를 동봉했고, GMB의 지도자 폴 케니는 “에드가 승리하지 않으면 노동당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겠다”고 엄포를 놓을 정도로 에드를 노골적으로 편들었다.
에드에 대한 노조의 편애는 에드가 형보다 좌파 이념에 훨씬 충실하기 때문이다. 에드는 유세 과정에서 ▲부유층 증세 ▲노동자·서민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생활임금제’도입 ▲은행에 대한 중과세 등의 정책을 제시하며 ‘친노동계급’ 이미지를 한껏 부각시켰다.
좌파이념 충실한 현장활동가 … 3대노조 지지로 뒤집기 성공
고교시절 별명 ‘수학천재’ … 바닥민심 끌어안기에 능해에드는 당선 확정 후 연설에서 “오늘부터 새 세대가 노동당을 책임지게 됐다. 노동당의 새 세대는 변화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 토니 블레어 이후 노동당을 지배해온 ‘신노동당(New Labor·고소득층·중산층까지 끌어안는 중도 노선)’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술할 것임을 시사했다.
에드는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아버지 밑에서 좌파 이념의 세례를 받으며 ‘정치 영재’코스를 밟아 왔지만 형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고교 시절 ‘수학 천재’라는 별명을 가졌던 에드는 대입학력고사에서 형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고 옥스퍼드에 진학했다. 대학에서 형과 똑같이 철학·정치학·경제학을 두루 섭렵한 에드는 좌파 학생운동 리더, TV 저널리스트 등으로 활동하다 1997년 고든 브라운 당시 재무장관(훗날 총리 역임)의 정책 담당 보좌관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형인 데이비드가 노동당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역임하며 일찌감치 ‘차세대 당수감’으로 꼽힌 반면 에드는 이라크전 참전 반대 등 당내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며 ‘미래’를 기약해왔다.
에드는 ‘차가운 엘리트’ 이미지의 형과 달리 ‘끈끈한 현장활동가’ 스타일로 노조원·서민층의 바닥 민심을 끌어안고 지지 세력을 조직화하는 능력은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패배한 형 데이비드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은 에드의 날”이라면서 동생의 승리를 축하했다. 그러나 정치적 상처 때문에 동생을 적극적으로 보좌할지는 미지수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