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수 자리를 동생 에드 밀리반드(40)에게 내준 데이비드 밀리반드(45) 전 외교장관이 끝내 예비 내각에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
데이비드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나 자신과 가족, 노동당을 위해 예비 내각 각료직에 나서지 않겠다”면서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그는 “당을 위해 몸을 바치겠다”고 덧붙였다.
노동당 정부 아래에서 외교장관을 지내는 등 노동당수감으로 꼽혀온 그는 지난 25일 당수 경선 결과 1차 투표에서 동생에게 앞섰으나 과반수 득표에 실패한 뒤 최저 득표자부터 2순위표를 차례로 가산하는 과정에서 동생에게 간발의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
여전히 노동당 내 입지가 확고한 그가 예비 내각 각료 자리를 고사한 것은 우선적으로 에드 당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언론이 두 형제간의 이념 및 인기도 차이 등을 집중 부각시키는 상황에서 자신이 중앙무대에 머물 경우 본의 아니게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돼 노동당을 위해서나 당수인 동생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두 형제가 각기 다른 노동당내 양대 계파에 속해 있고 이라크 전쟁 등에 대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점도 데이비드의 행보를 제약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밑에서 정치적 경력을 쌓아 ‘블레어파’로 통하는 반면 에드 당수는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측근으로 경력을 쌓아왔으며 노동조합의 지지를 받아 좌파 성향이 강하다.
특히 외교장관을 지낸 데이비드는 이라크전쟁을 옹호해왔으나 에드 당수는 28일 전당대회 연설에서 “잘못된 결정이었고 노동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계기가 됐다”고 규정해 형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에드는 2005년에 처음 의원에 선출돼 이라크 침공 당시 노동당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데이비드가 일단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신임 당수의 안착을 차분히 지켜보면서 당내 블레어파의 대표주자로 차기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형의 결정에 대해 에드 당수는 “전적으로 그의 생각을 존중한다”면서 “예비 내각에 참여하든 안하든 향후 정치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BC는 당수 경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정치권이나 언론이나 데이비드 밀리반드를 ‘밀리반드’로, 에드 밀리반드를 ‘또 다른 밀리반드’로 불렀으나 하루아침에 정반대가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본지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