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맥주·위스키 업계에 외국자본의 진출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대표 소주업체인 ㈜진로마저 골드만삭스의 신청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국내 주류업계 전체가 외국자본의 손으로 넘어갈 위기에 놓였다.
국내 주류업계는 이미 상당 부분 외국기업들에 잠식된 상태다. 대표적인 곳이 위스키 시장. 위스키 1·2위 업체인 디아지오 코리아와 진로 발렌타인스는 외국인이 주인이다.
윈저·딤플·조니워커를 생산·수입해 팔고 있는 디아지오 코리아는 영국계 주류사 디아지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순수 외국계 회사다. 2위 위스키 업체로 임페리얼과 발렌타인 시리즈 등을 생산·수입하고 있는 진로발렌타인스는 영국 얼라이드 도멕이 지분의 70%를 갖고 있다. 지난 4월 매출액 기준으로 디아지오 코리아와 진로발렌타인스는 국내 위스키 시장의 68.6%를 차지하고 있다.
3∼4위권 업체인 페르노리카 코리아(리볼브17, 시바스리걸, 로열살루트)도 프랑스 주류사인 페르노리카가 100% 출자한 회사다. 결국 위스키 시장은 외국계 기업이 상위권을 점령한 가운데, 토종 기업인 롯데칠성(스카치블루)·하이스코트(랜슬럿)·㈜두산 주류BG(피어스클럽18) 등이 중하위권에서 분투하고 있는 형국이다.
맥주 시장에서도 외국자본의 ‘공세’가 거세다. 두산그룹 계열사였던 OB맥주는 지난 98년부터 벨기에 주류사인 인터브루사에 지분이 넘어갔다. 현재 두산이 갖고 있는 OB맥주 지분은 5%에 불과하고, 50%는 인터브루가, 45%는 네덜란드계 투자사인 홉스가 보유하고 있다. OB맥주는 ㈜진로가 갖고 있던 카스 맥주도 지난 99년 사들여 맥주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1위 업체인 하이트 맥주도 지분의 23.95%는 외국계의 손에 있다. 하이트 맥주는 외환 위기를 겪으며 자금난 해소를 위해 덴마크의 칼스버그 자금을 끌어들였다.
따라서 만일 소주시장의 52%를 장악하고 있는 ㈜진로가 외국자본에 넘어간다면, 위스키·맥주에 이어 소주시장의 주도권도 외국인에게 넘어가게 된다. 골드만삭스의 ㈜진로 인수설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골드만삭스나, 골드만삭스와 손을 잡은 외국계 기업이 ㈜진로를 인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