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과도한 보수를 제공하는 관행에 대해 각국 정부가 제동을 걸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는 양상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취업컨설팅사인 휴잇뉴브릿지스트리트(Hewitt New Bridge Street)의 보고서를 인용해 영국 주요기업 CEO의 보수가 최근 1년간 50만파운드(한화 약 9억3천만원) 늘었다고 11일 보도했다. 사실대로라면 평사원들이 임금 동결 및 구조조정, 초과 근무에 시달리면서 생산해낸 과실을 CEO들이 거둬들였다는 의미가 된다. 휴잇뉴브릿지스트리트는 영국 FTSE 100 지수에 포함된 거대기업 CEO의 연간보수의 중간값을 산출한 경과 현재시점 기준 근 300만파운드로 1년 전인 250만파운드 대비 50만파운드 늘었다고 집계했다. 비슷한 기간 보너스를 포함한 영국 일반 노동자의 평균 보수는 2.7% 늘어나는데 그쳤다. CEO의 보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보너스 때문이었다. 통상 CEO의 보수는 고정급과 실적에 따라 연동하는 보너스로 구성돼 있는데, 올해 CEO들의 보너스는 고정급의 120%나 됐다. 이는 지난해의 90%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각사의 이사회가 규정한 CEO 보수한도의 75%를 소진했다는 의미다. 금융위기 이후 영국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CEO 보수는 인상률 1위를 기록, 빈축을 샀다. 스티븐 헤스터 RBS 행장의 연간 보수는 648%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보수는 122만7천파운드로 중간값을 하회했다. 휴잇뉴브릿지스트리트 관계자는 FTSE 100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까지 감안해 결과를 해석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영국 통신노동조합의 빌리 헤이즈 사무총장은 “열심히 일하게 하려면 부자들에겐 더 많은 돈을 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겐 더 적게 주면 된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