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 소가 낳은 소의 고기가 영국에서 유통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영국식품기준청(FSA)은 4일 미국에서 복제된 소의 수정란이 스코틀랜드 하이랜드로 건너와 2마리가 태어나 지난해 7월과 올해 7월 각각 도살됐으며 지난해 도살된 1마리의 고기가 시중에 유통됐다고 밝혔다. 최근 도살된 1마리는 유통 직전에 적발됐다. 이들 두 마리의 씨에서 100마리의 소가 탄생해 현재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농장 가운데 하나인 뉴메도우 농장에서 자라고 있지만, 아직 낙농 제품 등으로 사용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FSA는 말했다. 앞서 일간 데일리 메일은 복제 소가 낳은 젖소에서 나온 우유를 시중에 공급했다는 농장주의 말을 인용해 ‘복제 우유’가 아무런 표기도 없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사에 착수한 FSA는 복제된 소의 고기가 시중에 유통된 사실을 밝혀냈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복제 소에서 나온 우유나 고기는 영양학적으로 보통 소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복제 소의 고기와 우유가 안전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 복제 소를 이용한 낙농제품과 고기 등을 유통하려면 반드시 안전평가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한다. FSA는 아직 복제 소를 이용한 낙농제품이나 고기 등에 대한 허가 신청이 없었다고 말해 복제된 소 고기가 불법으로 유통된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농장 주인은 “도살된 2마리는 시중에 유통해도 좋다는 인증을 받았다”고 밝혀 복제 소 유통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달 복제 소로부터 나온 낙농제품과 고기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으며 9월 법안 심사 등을 앞두고 있다. BBC는 미국의 생물공학 회사들이 가축 사육용으로 쓰기 위해 많은 양의 우유와 고기를 생산하는 가축 복제에 나서고 있으며 여기서 나온 수정란이 유럽의 낙농업자들에게 수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FSA는 얼마나 많은 수정란이 영국으로 수입됐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버딘대학의 휴 페닝턴 교수는 “복제된 가축에서 나온 것들을 먹으면 위험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도덕적, 윤리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복제 반대 운동을 벌여온 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대변인은 “당국은 이제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면서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진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