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출범이후 순항하는 것처럼 보였던 영국 연립정부가 이민정책을 둘러싸고 마찰음을 내고 있다.
영국 제1당인 보수당과 제3당인 자유민주당이 공동으로 구성한 연립정부는 그동안 양당 당수가 총리와 부총리를 나눠 맡고 자민당이 내각 다섯 자리를 차지하면서 공조를 과시해왔다.
그러나 양당은 최근 이민정책을 놓고 확연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립정부는 내년 4월부터 유럽연합(EU)이외의 지역에서 유입되는 이민자의 상한을 정하기로 하고 이에 앞서 일시적으로 외국 인력 유입을 막기위해 내년 3월까지 이민자 수를 최대 2만4천100명으로 제한했다.
보수당은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과거 노동당 정부 아래에서 급증한 이민자 수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세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자민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에 명백한 반대입장을 보였고 연정 참여이후에도 지나친 규제에는 반대한다는 당론을 유지하고 있다.
자민당이 이민자 규제에 소극적인 것은 지지층의 상당수가 이민자와 학생 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소속인 빈스 케이블 기업부장관은 지난달 27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민자수 상한을 정하는 것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에 관해 내각에 근본적인 이견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면서도 “유연하게 접근해야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개진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기업을 담당하고 있는 케이블 장관이 자유무역의 장점에 대해 주장을 펴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만 하다”면서 “이 문제를 내각에서 합리적인 방법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정부는 이민자 수를 연간 수십만명 수준에서 수만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민자 수를 1990년대 수준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립정부는 출범 당시 이민자수를 규제하고 상한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총론에 이미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민정책을 둘러싼 양당의 이러한 입장 차이는 기본적으로 지지 기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어느 쪽도 포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통계에 따르면 연간 영국에 들어오는 이민자는 15만명 수준으로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EU 이외 지역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