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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에게 미국은 무엇인가
코리안위클리  2003/05/22, 01:48:55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된 대통령의 미국관 … ‘실용주의 외교노선’은 이제 본격적 시험대에

노무현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과 맞물려 그의 미국관이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대선후보 시절에 “별 볼일 없이 사진 찍으러 미국에 가지는 않겠다”고 외쳐오던 그가, 대통령이 되어 ‘일’을 하러 처음 미국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일’과 관련해서는 물론이고 미국 방문 자체가 처음이다.
노대통령의 미국관은 그의 대부분 행보가 숱한 ‘말’을 낳아온 것과 같이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로선 드물게 반미주의자로 알려졌다가 대통령이 되자 어느덧 친미주의자로 돌았다는 이야기, 과거엔 안 그랬는데 왜 이렇게 우리 정부의 대미관계가 시끄럽냐는 이야기, 그리고 최근에는 대등한 자주외교를 주장하더니 결국 미국에 끌려다닐 뿐이라는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기다양한 진단과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 찍으러 가지 않는 게 반미냐
그러나 일반인들이 흔히 ‘이미지’ 또는 ‘느낌’으로 알고 있는 ‘노무현의 미국관’과 실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그의 대미 외교노선에는 적잖은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우선 노대통령이 과연 ‘반미였는지’부터 따져보자.
노대통령이 후보시절에 반미로 지목된 주요 근거는 △미국에 한 차례도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 △“별 볼일 없이 사진이나 찍으러 미국에 가진 않겠다”는 발언 △“반미면 어떠냐”는 강연 발언 따위였다. 이런 발언이 주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성향 신문들에 의해 집중보도되었으며, 외신을 통해 국외로도 전파됨으로써 미국 조야에서까지 그를 반미 지도자로 보는 게 일반적 인식이 된 터였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참모들은 “미국에 사진이나 찍으러 가진 않겠다”는 발언을 반미의 근거로 보는 견해를 몹시 억울해한다. 정치인들이 미국 조야 지도자를 만나 사진을 찍고, 그것이 국내 언론에 보도되도록 함으로써 이름과 이미지를 관리하는 풍조에 반감을 표시한 것뿐이라는 게 참모들의 항변이다. 이를테면 미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허례허식이 싫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항변은 그런 대로 타당성이 있는 것 같다. 노대통령이 미국 조야에 지인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국제정치 무대에서 지도력을 잘 발휘하겠느냐고 의심할 수는 있겠지만 반미까지는 좀 심하기 때문이다. “반미면 어떠냐”는 발언도 “미국에 안 가봤다고 반미로 규정하는 것은 심하다”고 항변하면서 튀어나온 우발적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2002년 대선정국에서 두드러진 반미 무드의 정치적 수혜자였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촛불시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지면서 표출된 국민적 반미감정이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효과로 이어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이에 당황해 반미시위 현장을 찾았다가 역풍을 만난 데 반해, 노후보는 소파개정 대책위원회 관계자를 만나 동참하지 못하는 점에 이해를 구하면서 ‘중도’ 성향 표를 끌어모으는 여유를 보인 바도 있다.
사실 정치 지도자의 마음속에 과연 어떤 진심이 도사리고 있느냐를 알아낼 재간은 없으며, 또한 그것을 추측해서 어떤 규정을 내리는 게 합당한 것 같지도 않다. 정치 지도자의 노선은 그가 표방하는 정책과, 표방한 대로 실제 정책을 집행해나가느냐를 갖고 논하는 게 정상적인 일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미 매파 반박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후보시절 노대통령의 대미 외교노선은 한-미 동맹관계의 현실을 인정하되, 한국 주도의 자주적 외교를 강화해 한-미 관계를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로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으로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는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1990년대 초반 한때 철수를 주장한 적이 있으나 곧바로 “통일 이후에도 동북아 지역 균형자로서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해, 지금까지 비슷한 견해를 취하고 있다. 즉, 노대통령의 대미관에 주목할 점이 있다면 ‘반미냐, 친미냐’보다는 ‘자주 외교, 수평 외교, 당당 외교’ 따위가 키워드였던 셈이다.
노대통령의 미국관을 둘러싼 두 번째 논란은 그가 집권한 뒤 왜 이렇게 대미관계가 시끄러워졌느냐로 이어진다.
노대통령은 실제로 지난 1~2월 당선자 시절에 북한 핵문제를 놓고 “전쟁만은 절대로 안 된다”, “미국은 너무 나가지 말기 바란다”며 부시 행정부를 향해 연일 대립각을 세웠다. 군 지휘부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는 “주한미군이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철수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방위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발언해, 그가 주한미군 철수를 희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았다.
참모들에 따르면 노대통령은 이 무렵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실제로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는 일차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매파 관리들이 연일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었다는 상황적 요인이 작용했다. 또한 노대통령은 그 무렵 <문화방송>이 방송한 미국 특집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측근들에게 복사본을 떠서 한번씩 보도록 권유했다고 알려지기도 한다. 다큐멘터리는 1994년 북핵 위기 때 미국이 한국 정부에 통보조차 없이 북한 영변지역을 선제폭격하려 했다는 내용으로, 이에 노대통령은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면 과연 한국 대통령이라는 존재는 무엇이냐’라는 실존적 고민에 휩싸였다고 한다.
노대통령은 이어 기회 있을 때마다 미 행정부 매파 관리들의 발언을 반박했으며, 미 행정부쪽은 이에 불쾌감을 표시했고 상당수 보수성향 국내 신문들은 ‘한-미 관계 갈등’을 크게 부각시켰다. 국내 여론동향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당시 일부 참모들은 노대통령에게 “이제 됐으니 그만 발언하시는 게 어떠냐”고 진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내게 맡겨라. 조금 더 해야겠다”며 이 대목에 관한 한 자신의 판단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참모들은 전하고 있다.



‘부시의 푸들’로 전향했다?
노대통령의 대미 현안 접근방법은 사실 역대 대통령의 그것과 비교할 때 다른 점이 있었다. 전임자인 김대중 대통령만 해도 부시 행정부와 대북정책에 이견이 발생했지만 최대한 이견의 노출을 억제하는 ‘조용한 해결’을 추구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는 한국의 인권탄압이 한-미간 이견의 주요 쟁점이었으나 한국 정권은 역시 이견의 존재 자체를 숨겼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다소 시끄러워지더라도 “다른 것은 다르다고 말해야 한다”는 일종의 ‘공개외교’ 전략을 택했다. 전임자들의 ‘조용한 외교’ 전략의 이면에 한-미간 이견이 불거졌을 때 국내의 강력한 친미 보수세력으로부터의 역풍이 우려된다는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었다면, 노대통령은 반대로 자신의 대선 승리 환경이 됐던 국민의 미국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어쨌든 그 뒤 부시 대통령은 노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기에 이른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 이면에 다른 요인들도 작용할 수 있었겠으나, 어쨌든 노대통령은 이를 두고 “거봐라. 내가 나서 한국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제시함으로써 미국의 무력사용 여지를 줄인 것 아니냐”며 주변 참모들에게 자부심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 번째로는, 그렇다면 과연 노대통령이 내세운 자주 외교와 수평적 대미관계 원칙론이 관철되고 있는지의 문제다.
노대통령은 취임 얼마 뒤 부시 대통령과의 한밤중(한국 시각) 통화를 한 뒤 이라크전 지지와 파병 방침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라크전의 명분 없음 때문에 국내 반전여론이 거셌음에도 이렇다 할 국민 설득 과정조차 생략함으로써 그가 평소 주장해온 ‘국민 동의 확보 중시’ 원칙도 무색한 상황을 만든 것이다. 자주 외교 구호는 실종됐으며, 노대통령은 ‘부시의 푸들’(애완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이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로 대응했다. 북핵 문제를 풀 단계에서 미국의 지원을 끌어내려면 미국이 어려울 때 우리가 도와야 한다는 차원에서의 ‘국익론’이었다. 그러나 국익론은 곧바로 “명분 없는 이라크 공격을 지지한다면 나중에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 할 때 우리가 무슨 명분으로 막을 수 있겠느냐”는 반론에 부닥쳐 큰 힘을 쓰지 못했다.
자주외교론의 위기는 북핵 문제를 다룬 베이징 3자회담으로 한층 증폭됐다. 북한-미국-중국 3자가 머리를 맞댄 자리에 한국이 빠짐에 따라 “북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해온 게 공염불이 되게 생겼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영관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북한이 남한을 빼라고 하는 바람에 남한이 빠지게 됐다”는 취지로 발언함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더욱 궁색한 처지에 빠졌다. 노대통령은 결국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의 자존심이 상한 것같다. (당국자들은) 구구한 변명을 하지 말도록 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험난한 ‘실용주의’의 앞길
우여곡절 끝에 청와대는 최근 자주외교론 대신에 ‘실용주의 노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슬그머니 내놓았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들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노대통령은 “다자 대화든, 양자 대화든 대화의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과가 중요하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북핵 문제를 한시라도 빨리 해결하는 게 중요하지, 언제 어떤 단계에서 한국이 참여하느냐라는 명분론과 체면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청와대의 새로운 논리도 나름의 타당성은 있는 것 같다. 핵문제가 본질적으로 북한과 미국간 문제라는 점, 즉 미국은 세계적인 핵 확산을 막으려 하며 북한은 핵 위협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으려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또한 어거지로 한국이 참여 티켓을 얻자고 나설 때 좀더 비싼 입장료를 치러야 한다는 점도 실용주의론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이 쉽게 도출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최근의 사정은 ‘실용주의론’에 또 다른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려 나서기보다는 한국·일본, 그 밖에 다른 주변국과의 협의 필요성 등을 거론하며 뜸을 들이는 듯한 최근의 기류가 심상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가 대북 대화를 미루면 대북 봉쇄·제재 등을 주장하는 강경론자의 목소리가 득세하기 십상이다. 이에 따라 군부를 비롯한 북한 내부 강경파가 “역시 미국과 말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북-미간 대결이 한층 첨예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시간을 끌수록 대화론자들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평화적 해결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외쳐온 노 대통령이 한층 궁색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노대통령의 대미 외교노선을 두고 반미냐 친미냐를 따지는 것은 부정확할 뿐 아니라 실효적 이익도 없어 보인다. 또한 “다른 것은 다르다고 말해야 한다”는 노대통령의 공개외교도 나름의 시대적 여건 변화의 산물로 이해할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실용주의 외교노선’만큼은 이제 본격적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그의 노선이 실용주의란 말에 걸맞게 실제적 효용과 성과를 보여줘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앞서 짚은 것처럼 앞길이 썩 밝아 보이는 상황은 아니다.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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