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과연 사상 첫 TV 토론을 통해 급부상한 자유민주당 닉 클레그 당수의 돌풍이 실제 선거에서 재연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또한 현재로서는 연립정부가 구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영국 정치사상 극히 드문 연정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주목된다.
◇TV 토론 인기, 의석수로 이어지나 = 1,2차 TV 토론에서 돌풍을 일으킨 클레그 자민당 당수의 인기가 과연 의석수로 얼마나 연결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클레그 당수는 노동당-보수당 양강 체제로 유지돼온 선거판을 TV 토론을 통해 팽팽한 3강 체제로 바꿔놓았다. 양당제 뿌리가 깊은 영국에서 3개 정당이 엇비슷한 지지율을 나눠 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들어 거센 자민당의 인기몰이에 밀려 상대적으로 보수당과 노동당이 뒷걸음질하는 형국이다. 자민당은 그동안 20% 안팎의 지지율을 보여왔으나 최근 보수당과 노동당으로부터 10% 포인트 가까운 지지율을 가져와 양대 정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다. 자민당이 과연 30%가 넘는 지지율을 선거 막판까지 유지해 실제 어느 정도 의석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차 토론에서 과반을 차지했던 자민당 지지율은 2차 토론에서는 보수당수와 노동당수가 선전하면서 30% 안팎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인기는 여전한 상황이다. 거품이 다소 빠지고는 있지만 노동당과 보수당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클레그 당수의 참신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3차 토론에서도 3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지율은 어디까지나 클레그 당수의 TV ‘퍼포먼스’에 대한 일종의 인기도이기 때문에 650개 선거구별로 다수 득표자 1명을 뽑는 선거에서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러한 지지율을 반영해 BBC가 의석수를 추정해본 결과 최대 100석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은 2005년 총선에서 22%의 지지율로 62석을 차지했었다. 이대로 실현될 경우 자민당은 제3당이기는 하지만 확실한 연립 정부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내각 구성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BBC 정치 조사팀의 데이비드 코울링 에디터는 “역대 미국 TV토론에서 실제 후보의 지지율에 두드러진 영향을 미친 것은 1980년 로널드 레이건과 지미 카터의 대결이 유일하다”면서 TV 토론의 영향력을 평가절하했다.
◇ 연립정부 구성, 누가 주도하나 = 여론 추이를 보면 이번 총선에서는 어느 정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헝 의회’가 탄생해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노동당이 1당이 될지 아니면 보수당이 1당이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대부분 여론조사 결과 ‘헝 의회’탄생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럴 경우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보수당과 노동당이 번갈아 가면서 정권을 잡아온 영국에서는 연정 사례가 매우 드물다. 여러 가지 관측이 많지만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나오지 않을 경우 현재 고든 브라운 총리에게 우선적으로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브라운 총리가 노동당의 의석에 제3당, 예를 들어 자유민주당의 의석을 합해 안정적인 과반을 확보하게 되면 연립정부가 성립하게 된다. 만약 현 총리가 소속된 노동당이 과반은 아니더라도 제1당 자리를 차지한다면 좀 더 여유를 갖고 연정 협상을 벌일 수 있다. 그러나 보수당이 노동당을 누르고 1당이 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경우 노동당 소속 브라운 총리가 연정 협상에 실패하면 물러나야 하고 제1당인 보수당 캐머런 당수가 총리에 임명돼 연정 협상을 주도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 연정을 할 수도 있고 보수당이 독자적으로 소수당 내각을 꾸릴 수도 있다. 이미 지난 1974년 총선 때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었다. 당시 보수당 정권 아래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보수당은 297석, 노동당은 301석으로 양쪽 모두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 에드워드 히스 총리는 소수정당과 연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뒤 4일 만에 물러났고 1당에 오른 노동당의 해럴드 윌슨이 총리직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