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성 사이에서는 성폭행 피해 여성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견해가 강해지고 있다고, BBC 방송이 14일 보도했다.
성폭행 피해 여성들의 피난처인 헤이븐(Haven)이 설립 10주년을 맞아 영국 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에 대한 경각심(Wake UP to Rape)’조사에서, 응답 여성의 71%는 피해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기 전에 만약 상대방 남성과 같은 잠자리에 들어갔다면, 어느 정도 (성폭행 피해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 남성 중에서 이런 상황에서 여성을 탓하는 비율은 오히려 57%로 낮았다.
또 응답 여성의 3분의 1은 도발적인 복장을 하고 성폭력을 저지른 남성의 집에 한잔하러 들른 피해 여성을 탓했다.
이번 조사에서 남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강간 피해 여성이 피해 사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circumstances)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5년 전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가 같은 사안을 조사했을 때도 과반에는 미달했으나 상당수의 영국인들이 피해 여성을 비난했었다. BBC 방송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피해 여성을 비난하는 이런 경향이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여론 조사는 18~50세의 남녀 1061명을 상대로 실시됐으며, 여성은 712명, 남성은 349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