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등 영국의 8개 대형 은행들이 공정거래 당국과 벌여온 ‘불법 수수료’소송에서 일단 승리했다. 영국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대형 은행들의 당좌대월 한도 초과 이용 수수료 부과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청(OFT)이 조사를 벌일 수 있도록 허용한 원심을 깨고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영국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잔액이 없을 때 인출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해주고 이 한도를 초과해 사용하면 거액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수수료 금액은 은행에 따라 20~30 파운드에 달하며 이에 따른 은행들의 수익이 연간 수십억 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수료가 쌓이면서 심지어 수천파운드를 물게 된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르면서 당좌대월 한도 초과 이용 수수료 자체가 위법이라는 지적과 함께 소비자 단체들은 조직적인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평소 은행의 과잉수수료에 불만이 컸던 소비자들은 반환 청구 사이트를 통해 몇 개월 만에 10만명이 몰려들었고, 2008년초까지 33만명이 각 은행에 반환을 청구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은행과의 합의와 중재를 통해 2007년 상반기까지 2억 파운드의 수수료가 반환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결국 공정거래청은 수수료 상한선을 두지 않는 대신 2007년 3월 정식 조사에 착수했고 은행들은 공정거래청이 은행 수수료의 적정성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년 동안 끌어온 소송에서 은행들은 약관에 따라 정당하게 받은 것이며 만일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소송의 홍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법원은 이날 “은행 고객들은 예금 계좌를 갖는 데 따른 비용의 일부로 한도 초과 이용 수수료를 지불하기로 동의한 것”이라며 “공정거래청은 당좌대월 한도 초과 이용 수수료가 불공정하다고 판단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공정거래청이 유럽재판소에 항소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은행들은 당좌대월 한도 초과 이용 수수료를 자율적으로 책정해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은행들의 일반 수수료 과다 책정 문제에 대한 판결은 아니다. 은행들은 수수료 과다 부과에 대한 소비자와 당국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 개선책을 마련 중이며 당국은 은행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공정거래청은 판결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당좌대월 한도 초과 수수료 조건에 대한 조사를 지속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판결의 세부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들은 “대법원 판결에 충격을 받았다”며 “그러나 끝은 아니고 공정거래청이 은행들의 수수료를 규제할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