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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맘대로 ‘지도자’냐!-과도정부 논란에 휩싸인 바그다드 현장
코리안위클리  2003/05/01, 03:24:15   
이라크의 민주주의는 이라크인 스스로 만들 것

“바그다드 시민들은 떡 줄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라!” 아흐마드 찰라비나 바크르 하킴 등 차기정권을 노리는 이들에게 이구동성으로 쏟아내는 바그다드 시민들의 말이다. “누가 차기 지도자가 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누가 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리 이라크인들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하는 사람이 우리의 지도자다.” 팔레스타인호텔 근처에서 만난 시아파 무슬림 라피드가 말하는 이라크의 정부 구성에 대한 원칙이다. 시아파 무슬림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I) 지도자 하킴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친미파라고 하여 아흐마드 찰라비를 지지하지도 않는다.

전쟁 전보다 기름값 내려
이라크는 미국의 낙하산식 대통령 임명을 반대한다. “이라크인의 미래는 이라크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자주정권을 수립하려는 의욕과 더불어 미국에 줄을 대려는 이들의 욕망도 커져만 간다. 21세기 바그다드는 마치 한반도의 해방정국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전쟁 전에 불야성을 이루던 바그다드는 밤이 되면 암흑의 도시로 변한다. 여전히 곳곳에서 총성이 산발적으로 들려온다. 아직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바그다드 거리는 주요 교차로마다 교전 흔적들이 있다. 전쟁의 참상을 증언하기 위해 방치된 양 폭파된 건물, 박살난 탱크와 군용 트럭, 버스와 승용차들의 잔해가 거리에 넘쳐난다. 미군들은 이미 바그다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주민들과 뒤엉켜 있다. “해가 지면 거리를 돌아다니지 마라.” 바그다드 방문자들에게 전해지는 불문율이다. 아직 이라크는 전쟁 중이다.
그러나 바그다드 주민들의 일상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수시로 전쟁을 겪어서일까 생각보다 빠르게 충격에서 벗어나 바그다드는 용트림을 하고 있다. 라카르다 거리를 비롯한 중심지 상가들이 문을 열고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일부 병원과 학교가 정상화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한적하던 도로에 넘쳐나는 차량들로 교통체증이 빚어진다. 시내 곳곳의 주유소에는 기름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동네 빵가게에는 빵을 사려는 이들이 가득하다. ℓ당 20원이 채 안 되던 기름은 전쟁 전보다 오히려 내린 15원 정도다. 고난을 이겨내는 이라크인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일 바그다드 곳곳에서는 미군 철수시위나 반미시위가 벌어진다. “미국이 준 자유라고 아직 자유 같은 것 느낄 분위기가 아니지 않은가. 전기도 물도 없다. 우리는 이렇게 엉망이 돼본 적이 없다.” 이라크인들은 소극적으로 차기정부 구성을 관망할 분위기가 아니다. 이미 차기정부 수립은 민족자주의 원칙에서 해야 한다는 여론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다. 찰라비도, 하킴도, 바르자니나 탈리바니(쿠르드족의 양대 지도자)도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인가 바그다드 시민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차기 지도자는 우리 이라크인들 가운데 있다”고 말한다.

사담 후세인 갈망하는 목소리도
차기정부 구상이 한창인 지금 바그다드 시민들은 ‘미국식 자유’에 거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내 곳곳에서 사담 후세인의 동상이 깨지고, 그의 초상화가 불타고, 벽화가 훼손되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후세인을 갈망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나마 그가 있을 때는 지금처럼 이라크가 갈라지지 않았고 이 같은 혼돈도 없었다. 후세인 이후를 가늠할 첫 번째 단추는 과도정부다. 과도정부 수립과정에서부터 민심이 소외되기 시작한다면, 후세인 이후 이라크는 이스라엘 점령 뒤 민족분쟁과 종교분쟁에 시달린 레바논처럼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판 해방정국은 급박하게 흘러가지만 이라크인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이라크인들은 긴장하고 있다. 바그다드 민심은, 이라크의 자유를 위한 전쟁이라고 명분을 주장하는 미국이 아직 이라크인들 편에 서 있지 않다며 저항하고 있다.
4월21일 바그다드 남쪽 시아파 성지 카르발라에서는 25년 만에 대대적 종교집회가 열렸다. 시아파의 뿌리인 알리의 아들 후세인의 40제를 맞이한 연례행사다. 후세인 대통령 집권과 더불어 금지당한 집회를 재개한 것이다. 집회를 앞두고 바그다드 곳곳에서는 카르발라로 도보행진하는 시아파 무슬림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시아파는 이라크 전체국민의 55%를 넘는 절대다수임에도 늘 소수파로서의 설움을 겪었다. 종교집회의 자유도 박탈당했다. 후세인이 사라진 지금 이들은 거리에서 사원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시 찾은 종교의 자유였다. 그러나 이들도 미국을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반후세인인 동시에 반미 목소리가 기조를 이룬다.
바그다드 외곽 동부에는 사담시티가 자리잡고 있다. 130여만명의 시아파가 몰려사는 바그다드의 위성도시다. 폭격 한번 맞은 적 없지만 허름하기 짝이 없는 집들이나 거리 분위기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난민촌이나 다름없다. 넓게 뚫린 휑한 도로들도 곳곳에 생활하수가 넘쳐 침수된 곳이 많고, 거리는 온통 쓰레기로 가득하다. 사람들이 사는 집을 빼고는 모두 쓰레기라 할 정도다. 온몸을 검은 천으로 감싼 여성들과 전통복을 입은 사람들만 눈에 띈다. 그러나 이곳은 바그다드보다 활기가 넘쳤다. 별도로 상가지역이 형성되지 않은 도시 특성 때문인지 동네 곳곳의 가게들은 문을 열고 있었다.

“수니파와 시아파는 한마음”
사담시티는 이미 전쟁이 터지면서 ‘사담’으로부터 해방됐고, 그 이름으로부터도 해방됐다. 미군이 도시 외곽도로를 따라 바그다드로 들어가기 전부터 사담시티는 시아파 성직자들이 통제하기 시작했다. 도시 이름도 바꿨다. 마디나트 앗사디르(사디르시)다. 앗사디르는 1998년 후세인에 의해 암살된 시아파 지도자다. 미국도 이라크를 전후 재건하면서 사담의 흔적 지우기를 시작할 것이다. 사담시티도 그때가 되면 공식적으로 사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며칠 전 이슬람 수니파의 총격으로 10명 이상의 사담시티 주민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때문인지 사담시티는 취재진의 관심대상인 동시에 기피대상이었다. 현지 병원을 찾은 취재진이 문전박대를 당했고, 지역주민들로부터 위협을 느꼈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바그다드 곳곳에서 자행되는 약탈과 방화를 시아파 주민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게 몰아갈 어떤 증거도 없어 보인다. 바그다드 시내 곳곳에서는 여전히 ‘건질 것’을 찾아다니는 무리들이 눈에 띄었다. 바그다드 무역전시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는 쓸 만한 먹을거리와 물건들을 발굴하고 있었다. 이들 모두 시아파는 아니었다. 더구나 사담시티 주민들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약탈의 주범인 양 매도되는 배경에는 묵은 지역감정이 깔려 있다. 사담시티 주민 아부 나시르는 “나는 장물은 챙기지도 않고 사지도 않는다. 저들은 사담시티 주민이 아니라 도적일 뿐이다”고 격양된 목소리를 냈다. 이 도시의 이슬람 성직자들도 나서서 편견을 불식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담시티 곳곳에서는 “가져간 물건이 있다면 이슬람 사원으로 가져오라”고 주민을 계몽하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전통적으로 시아파는 외세에 대한 반감이 강하고,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을 띤다. 바그다드의 수니파는 시아파들로 인해 내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하듯 시내 곳곳의 이슬람 사원과 거리에는 ‘수니파와 시아파는 하나다. 이라크인은 한마음이다’는 슬로건이 곳곳에 걸려 있다. 현지 주민들은 소수의 와하비주의자들을 제외하면 시아파들에 의해 바그다드 지역이 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외부세력의 충동질만이 종교분쟁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이다.

국민을 갈라놓으려는 세력들
4월18일 금요일을 맞이하며 바그다드 곳곳에서는 시아파와 수니파가 모처럼 함께 모여 목소리를 높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그다드 북서부 아다미야구 아부 하니파 사원과 인접지역 카디미야 지역에서 금요일 기도회를 마친 3만여명의 수니와 시아 무슬림들이 함께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는 “반미·외세 배격”이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미군 주둔을 반대한다. 미군은 즉각 철수하라”, “우리의 혁명은 이슬람 정신으로 이어간다”, “이곳은 우리 땅이다. 미군이여 그대들의 땅으로 돌아가라”. 이것이 다수 이라크인들의 민심이지만 ‘나눠서 통치’하려는 미국이나 정치집단들은 그들의 이해에 따라 국민을 갈라놓고 잇속을 차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다수의 이라크 시아파 무슬림들은 정치적이지 않다. 사담시티에서 만난 주민들은 자신들의 묻혀 있는 미래를 다시금 보듬고 나가고 싶을 뿐이다. 후세인이 집권하면서 가장 소외당한 세력 시아파, 바그다드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경제제재 이후 모든 생활기반이 파괴돼버린 사담시티가 전쟁 이후 새로운 질서개편 과정을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서방언론에 의해 조작된 민심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담시티 민심은 미래를 만들고 싶어한다.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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