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 견해 표명 차원을 넘어 정치적 의견을 개진해서는 안 된다”(영국 정부) “과학 가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자문위원회) 영국 정부의 약물 오·남용 자문역할을 맡았던 대학교수가 대마초가 담배나 알코올 보다 덜 위험하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가 경질됐다. 영국 정부는 “학문적 견해 표명 차원을 넘어 정치적 의견을 개진한 것”이라는 강경 입장이지만 자문위원 2명이 정부 조치에 반발해 추가로 사퇴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일 영국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약물 오·남용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던 데이비드 너트 런던 임페리얼대 교수는 최근 “대마초가 알코올이나 담배 보다 덜 해롭다”며 “약물의 분류등급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대마초를 1971년부터 암페타민 등과 같은 위험성이 있는 B급 마약으로 분류해오다가 지난 2004년 케타민, GHB 등과 같은 C급으로 하향조정했으나 지난 1월 다시 B등급으로 상향조정했다. A등급에는 헤로인, 모르핀 등이 포함돼 있다. C급 약물 소지자는 최대 징역 2년에 처해지지만 B급 약물 소지자는 최대 징역 5년에 처해지며, 공급자는 최대 14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너트 교수는 “정부가 권고를 무시한 채 과학적 근거도 없이 대마초를 B등급으로 상향조정했다”며 “이는 정치적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앨런 존슨 내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자문관으로서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경질했고 너트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해고한 것은 정부와 관계를 맺고 있는 과학의 가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반발했다. 존슨 장관은 1일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정부는 과학자들로부터 찬성이든 반대든 자문을 받은 뒤 정책을 결정한다”며 “그러나 정치적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자문관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과학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펼 수 있지만 정부에 자문을 하는 사람이 정책 결정에 반대되는 정치적 주장을 펴는 것은 허용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그는 강조했다. 존슨 장관은 리엄 도널드슨 수석 의무관이나 데이비드 킹 전 수석 과학자문관 등의 조언이나 의견도 정책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그들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공개적인 캠페인을 펴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 정부 조치에 항의해 약물 오·남용 자문위원 2명이 잇따라 자진 사퇴하는 등 의학 및 과학계에서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