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최근의 경제상황을 ‘위기국면’이라고 보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해외법인 관리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LG·현대차그룹은 주력 계열사 해외법인의 금융리스크 관리를 위해 국내 처음으로 전세계 법인의 금융을 통합 관리하는 ‘글로벌 금융센터(Global Treasury Center)’를 설립하기로 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현대차그룹 등은 이라크전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후유증 등으로 세계경제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해외 부문에서부터 경영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해외법인에 대한 정기 및 수시감사를 실시했으며 경영리스크 관리지침도 대폭 강화하기 시작했다.
삼성은 최근 ‘해외법인의 위험관리체제 강화 및 견실경영’ 지침을 통해 ▲유동성 및 환관리실태 상시점검체제 구축 ▲수익성·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주력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자생기반 확립 등을 지시했다.
삼성은 이번 지침에서 해외투자에 대한 심의기준을 크게 강화해 투자회수기간을 3~5년으로 줄이도록 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오는 15일 영국 런던에 해외법인간 채권·채무를 상계한 뒤 순차액만을 지급 또는 수취하는 ‘글로벌 사내결제 시스템(Netting System)’ 구축을 완료하기로 했다. 또 연말까지 본사가 환변동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자금관리 시스템(SAP TR모듈)’을 전체 법인으로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LG도 해외법인의 금융리스크관리 시스템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룹 주력사인 LG전자는 이와 관련, 기존의 유럽·미국 지역금융센터에 이어 6월까지 중국 베이징과 홍콩(동남아본부)에 지역센터를 추가로 설립하기로 했다.
LG의 한 관계자는 “지역금융센터를 거점으로 연말까지 글로벌금융센터를 설립할 방침”이라며 “해외법인의 금융업무를 통합 관리해 금융비용 및 인력 최소화는 물론 금융리스크를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역시 상반기 안에 미국 LA에 ‘캐시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이 회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LA 지역 은행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받고 있는 중”이라며 “미주지역의 운영성과를 봐가며 유럽 등 전세계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