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많은 인플루엔자 A(H1N1·신종플루)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영국은 지난 달 말부터 정확한 환자 집계를 사실상 포기했다. 신종플루와 비슷한 증상으로 국립의료원(NHS) 산하 1차 진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일주일 새 11만명이나 몰리자 의사가 일일이 환자를 만나 증상을 듣고 검사결과를 기다려 처방을 내리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6일 현재 영국의 신종플루 추정 감염자는 15만~20만명 정도에 이르고 사망자는 40명으로 집계됐다. 그 전까진 매일이다시피 감염자나 사망자 관련 통계를 중계하던 언론 매체들도 최근엔 중요한 소식만 전할 뿐이다. 대신 보건당국은 신종플루가 극성을 부리는 잉글랜드 지역을 대상으로 전화나 웹사이트 등 핫라인을 통해 감염여부를 즉시 진단해 치료제를 공급해 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신종플루 증상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핫라인으로 전화(0800-1-513-513)를 걸거나 웹사이트(www.direct.gov.uk/pandemicflu)를 통해 자세한 증상을 설명하면 즉각 감염 여부를 통보받는다. 감염자에게는 고유번호가 부여되고 감염자는 가족이나 친구를 지명해 집에서 가까운 특정 장소에서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 의약품을 타다가 복용하고 있다. 임신부나 지병이 있는 사람, 1세 미만 갓난아기에 대해서는 담당 의사가 직접 감염 여부를 진단한다. 보건 당국은 핫라인을 통한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도록 상담원 1천500명을 동원, 신종플루 증상을 담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감염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전화 상담은 일단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운영되고 핫라인은 신종플루가 크게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는 겨울까지 6개월가량 운영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영국 보건당국은 지난 4월말부터 신종플루 예방대책을 담은 인쇄물을 각 가정에 배포했으며 라디오와 TV를 통해 이를 알리는 등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광고의 제목은 ‘캐치 잇, 빈 잇, 킬 잇(Catch it, Bin it, Kill it)’으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티슈 등을 이용해 침이나 콧물 등이 튀는 것을 막고(Catch it), 휴지통에 버리고(Bin it), 손을 비누로 깨끗이 닦아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박멸하자(Kill it)는 내용이다. 동시에 영국 정부는 신종플루 초기단계인 6월 중순 항바이러스 약품 비축 비율을 영국인의 50%에게 투약할 수 있는 수준에서 80% 수준으로 높였다. 또 모든 영국인이 2회분씩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백신을 12월까지 공급받기로 백신제조업체와 지난 5월 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