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1명이 지난달 28일 미군 조종사 ‘오인사격’으로 숨지고 5명이 다치는 등 애꿎은 희생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부상 장병들이 미국의 경험 부족한 조종사를 ‘카우보이’로 비난하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31일 지난 주말 이라크 남부 바스라 북쪽 56㎞ 지점에서 대전차 요격기인 A-10기의 미숙련 조종사가 부주의로 영국군들에 사격,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하고,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도 ‘오인 사격’에 사과한 뒤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오인 사격은 개전 12일만에 다섯번째 발생한 것이다. 제6근위기병대 소속으로 당시 오인 사격의 목표가 됐던 영국군 장병 3명은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탱크 2대편으로 정찰에 나섰다가 미군기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히고 “그 양키(조종사)는 인명에 대해 추호도 관심이 없었으며 스릴감에 젖어 있는 카우보이였다”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병사는 A-10기가 저공 비행하며 제2차 공격에 나서는 순간 불타는 경전차 속에서 빠져 나와 손을 흔들며 ‘오인 사격’ 중단을 요청했다고 밝혀, 가까스로 생명을 건졌음을 강조했다.
현재 본국으로 후송된 제라르 하사는 첨단 항공기 조종사가 열 조준 장치 등을 이용한 피아 식별도 못한다니 말이 되는냐고 흥분하고 있다. 그는 이어 이 조종사가 탱크 주변에 민간인들이 다수 모여 있는데도 기총 사격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맥어원 중위는 참전하기 전 친구와 가족들이 “이라크군은 신경쓰지 말고 미군이나 조심하라는 농담을 들었는데 이것이 현실화됐다”고 허탈해했다.
한편 지난달 23일에는 미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영국의 토네이도 폭격기 한 대를 격추해 조종사 2명이 숨졌다. 또 이튿날에는 영국의 챌린저 탱크가 아군의 같은 탱크에 잘못 사격해 2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