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에 다니는 오모씨(38)는 2개월 전부터 밤마다 대리운전을 하러 나간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임금이 삭감돼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인데 대리운전 수요는 줄고 대리기사는 많아져 일거리 찾기가 무척 힘들다. 주말에는 마트 식품매장에서 판매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230만원 남짓. 오씨는 “여가를 즐기기는커녕 쉴 시간도 없다”며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일해도 생활비와 아이 학원비 대기가 벅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강모씨(31)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 사진 촬영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주5일제 근무라 주로 휴일인 토·일요일에 촬영을 나간다. 틈틈이 번역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 강씨는 “같은 월급을 받는데도 물가가 올라 전보다 줄어든 것처럼 느껴진다”며 “촬영 외에도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으면 되는 대로 잡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 속에서 직장인들의 여유시간이 사라지고 있다. 평일 밤이나 주말에 한두 가지 부업에 나서는 ‘투잡’ ‘스리잡’족이 늘어나고 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11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15.5%가 본업 이외에 부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12.9%는 본업을 포함해 3개 이상의 직업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부업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 중 78.1%는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 부업전선에 뛰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부업을 하는 이유는 30.3%가 ‘수입이 줄어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해’, 25.4%가 ‘물가가 올라 생활비가 부족해져서’라고 답해 절반 이상이 ‘생계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부업을 하기 쉬운 시간대의 일거리인 대리운전, 신문배달 업체 등에는 문의전화가 급증하고 있다. 주말에 아르바이트가 아닌 회사 근무를 하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중소 건설회사에 다니는 김모씨(37)는 최근 격주 토요일 근무를 시작했다. 경영진 측에서 임금 삭감 대신 주말 근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금 같은 불경기에 구조조정이나 임금 삭감을 당하느니 주말에 나와 일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현재 부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자 중 66.9%가 ‘향후 부업을 할 계획이 있다’고 답해 직장인들의 투잡 붐은 당분간 확산될 전망”이라며 “채용시장이 얼어붙어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