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접대비를 줄이면서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유명 골프클럽들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아예 문을 닫고 있다. 일부 골프클럽은 가격파괴 상품까지 내놓으며 생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KPMG의 골프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대비 골프장이 가장 많은 이들 지역에서 골프클럽들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2014년 미국과 유럽의 톱 골퍼들이 맞붙는 라이더컵이 열리는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 골프클럽은 근래들어 부킹 저조로 경영난에 빠졌다. 3개의 골프코스를 포함해 종합적인 휴양시설을 갖추고 있는 이곳은 700명의 종업원에게 자발적인 고용계약해지, 무급 휴가, 근로시간 단축, 조기 퇴직 등을 종용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시몬 브라운 대변인은 “기업들이 쓸 돈이 없기 때문에 모든 호텔의 기업부문 매출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2006년 라이더컵을 유치해 1억4천300만 유로(한화 약 2천76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아일랜드의 K클럽은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올해는 고객과 클럽 모두 전면적인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1999년 빅토리아와 결혼식을 올린 더블린의 러트렐스타운 캐슬 리조트는 올해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 더블린 남쪽에 있는 하버포인트 골프클럽은 5월에 폐장한다. 이처럼 유명 골프클럽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접대비를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낸 안드리아 사토리는 “고객을 라운딩에 초대하는 기업 행사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트렐스타운 골프클럽의 콜 하논 사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에 골프회원권은 사람들이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보는 품목중 하나”라고 말했다. 골프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들면 단순히 골프장 수익만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쓰는 숙박비 등 관광비용도 함께 줄어든다. 일부 골프장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린피 삭감 등을 내걸었고 지역사회는 골퍼와 관광객을 유치하는 캠페인에 뛰어들고 있다. 아일랜드 서쪽에 있는 드로모랜드 캐슬 골프 클럽은 그린피를 반값으로 낮췄고 주중 골프 라운딩과 스테이크 만찬을 포함한 패키지를 60유로(한화 약 11만원)에 제공하고 있다. 15세기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는 대표적인 낭만파 시인 로버트 번즈 탄생 250주년을 골퍼를 포함한 관광객 유치로 연결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에든버러 인근에서 직접 캠페인에 참여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총리격인 알렉스 새먼드는 “어려운 때라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이 열려 있기 때문에 포화 상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과 아일랜드에는 3천개의 정규 골프코스가 있으며 회원이 150만명에 달한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골프산업 규모는 2006년 국민총생산(GDP)에서 51억달러(한화 약 7조6천억원)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