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내 유전물질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40) 교수는 한 달에 50번씩 하던 유전자복제실험 횟수를 올 들어 30번으로 줄였다. 수입 시약 50여종을 사용하는 유전자복제실험은 이 분야 연구에서 기본이 되는 실험이다. 김 교수는 “환율 때문에 약값이 20~30%씩 올라서 원화로 받은 연구비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며 “초고속 염기서열 분석 같은 신규 실험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교수들이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았다. 1년 전 달러당 945원 하던 환율이 6일 기준 1550원까지 치솟으면서 교수들의 연구 활동까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한우 DNA를 한 해 1만여 건 분석해온 한경대 생명공학과 공홍식(37) 교수는 요즘 날마다 일본 엔화 환율을 확인한다. 한우 DNA 분석에 들어가는 일본산 시약 값이 1년 새 회당 1만원에서 1만5000원으로 50%나 올랐기 때문이다. 1년 단위로 계산하면 연구비용이 5000만원 늘어난 셈이다. 공 교수는 “실험 결과가 겨우 나올 정도로 시약을 희석해서 사용하고, 연구비를 아끼기 위해 연구팀 회식과 회의도 대폭 줄였다”고 했다. 교수들의 해외 출장도 크게 줄었다. 서울대 자연대 교수들의 해외 출장은 작년 1~2월 120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엔 76건으로, 공대 교수들은 176건에서 133건으로 줄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김형주(49) 교수는 “교수들은 대부분 원화로 지급받은 연구 지원비로 해외 학술 대회에 참가한다”며 “환율 때문에 학회 참석을 포기하거나, 가더라도 기간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환차손을 견디다 못한 외국인 교수가 떠나기도 했다. 작년 9월 연봉 7000만원에 3년 계약으로 고려대 문과대 서문학과 초빙교수에 임용된 스페인 출신 F씨는 지난달 “원화 가치가 떨어져서 월급이 30% 줄었다. 가족에게 부칠 돈이 없어 그만두겠다”는 이메일을 학교측에 보내왔다. 서울대는 이달 중에 원화로 월급을 받는 외국인 신임 교수 10여명에게 월급 외에 연구비 명목으로 1000만원씩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김명환 교무처장은 “어렵게 모셔온 외국인 교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마련한 방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