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감 준다” “오히려 박수 쳐줘야” 엇갈린 반응선천성 기형으로 한쪽 팔이 없는 여성 방송인이 영국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BBC방송 어린이프로그램 진행자인 그를 놓고 “아이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며 몇몇 시청자들이 항의하자, 한쪽에서는 “장애와 싸워온 이에게 오히려 박수를 쳐줘야 한다”며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언론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사회적 반성을 촉구했다.
이슈의 주인공은 BBC방송 어린이채널 ‘C비비스(CBeebies)’의 유아 프로그램 ‘베드타임 아워(Bedtime Hour)’의 진행자 세리 버넬(29·사진). 버넬은 선천성 기형 때문에 오른쪽 팔의 팔꿈치 아랫부분이 없는 장애인이다. 맨체스터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BBC의 방송진행자 오디션에서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돼 지난 1월 말 데뷔했다. ‘베드타임 아워’에서는 유아들과 함께하는 ‘발견하고 해보기’ 코너를 이끌고 있다.
버넬의 등장 뒤 이 방송에는 25건 이상의 항의 편지와 전화가 왔고, 인터넷 게시판에도 불만의 글이 올라왔다. 한 남성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어린 자녀와 신체장애 문제를 얘기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했다. 버넬의 출연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개 “아이들이 무서워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에 맞지 않는 혐오스러운 인물”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드러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버넬을 옹호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가디언은 “TV 속 장애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닌 부모들”이라고 질타했다. 버넬은 지난달 28일 더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었다. “7년 전 배우가 될 때도 ‘장애인이 어떻게 연극을 하느냐’던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아이들은 장애인인 나에게서 오히려 많은 걸 배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5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싱글맘인 그는 “내 프로그램을 본 부모들이 나 때문에 장애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할 기회를 갖게 된다면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BBC방송은 그의 출연을 중단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