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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왼쪽)와 부인 사만다 씨가 비통한 모습으로 아들 이반을 잃은 슬픔을 삼키고 있다. 선천성 뇌성마비와 중증 간질을 앓아온 이반이 이날 사망하면서 영국 전역이 슬픔에 젖어 있다. 작은 사진은 이반의 볼에 자신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맞대고 있는 캐머런 당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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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버지라고 느끼게 만들 수 있는 마법같은 미소를 가진 놀라운 아이예요”
2007년 한 연설에서 영국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42) 당수는 아들 자랑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제 그 마법같은 미소를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뇌성마비와 중증 간질을 앓아 늘 특별 보호를 받아야 했던 이반은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났다. 불과 6살이었다.
이반의 죽음에 영국도 큰 슬픔에 잠겼다.
영국 BBC 방송은 이반의 사망 소식을 주요 뉴스 속보에 올려놓았다.
영국 하원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총리에 대한 질의를 취소했으며 고든 브라운 총리와 정치 지도자들은 이반의 죽음을 애도했다. 브라운 총리도 2002년 생후 10일된 첫 딸을 잃었으며, 아들이 낭포성 섬유증을 앓고 있다.
이반의 죽음이 주목을 받는 것은 단지 이반이 차기 총리로 유력한 캐머런 당수의 아들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뇌성마비 중증 장애아를 아들로 둔 캐머런 당수와 아내 사만다의 인간적인 모습이 영국인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명문 이튼스쿨과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캐머런 당수와 귀족 가문 출신인 사만다는 전형적인 영국 상류층으로, 일반 영국인들에게 자칫 거부감을 줄 수도 있었다.
캐머런 부부의 인간미를 부각시켜준 것이 바로 이반이었다.
캐머런 당수는 3년 전 보수당 당수가 된 뒤 아내 사만다의 지지 속에 가족의 삶을 대중에 공개했다. 캐머런 당수는 BBC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이반을 비롯해 낸시(5), 아서(3) 등 아이들의 모습을 찍는 것을 허락했으며 이반의 병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일각에서는 캐머런 당수가 아픈 아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캐머런 당수는 가족의 삶은 자신의 중요한 부분이며 차기 총리가 되려는 인물에 대해 영국 국민은 충분히 알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반은 캐머런 당수의 정치관도 바꿔놓았다. 캐머런 당수는 2006년 보수당 회의에서 당의 노선과 상반되게 공공의료서비스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아들 덕분에 사회적 약자에 대해 따뜻한 관심을 갖게 됐다.
연합뉴스=본지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