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58) 전 현대증권 회장이 27일 1998년 현대전자 주가 조작 사건의 배후로 ‘국민통합 21’의 정몽준 후보를 지목해 큰 파문이 예상된다.
만약 이씨의 말이 사실로 드러나면 대선을 불과 50여일 남겨둔 시점에서 정후보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후보 측은 물론 현대그룹 관계자들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당시 이씨를 수사했던 검찰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정몽준 의원은 28일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에 대한 자신의 개입을 시사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주장에 따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 개입사실을 부인하면서 검찰수사, 청문회를 포함한 국정조사, 특검제 등 모든 수단을 동원, 진상을 밝힐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정의원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며 정의원에 대한 공세를 강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정의원은 이날 여의도 ‘국민통합 21’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전회장의 발언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사건의 진실을 명확히 밝히기위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제의했다.
그는 특히 “3년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주가조작 배후를 아버지(고 정주영 회장)와 나 등이라고 두번이나 말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려 했으나 그때 고발하지 못한 게 불찰”이라며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이기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며 한나라당 개입설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논평에서 “부정도 나쁘지만 그 부정을 거짓말로 은폐하는 것은 더욱 나쁘다”면서 “부도덕한 부실재벌 계승자가 어떻게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말이냐”고 주장했다.
민주당 천정배 선대위 정무특보는 “주가조작에 대한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만큼 검찰은 수사를 재개, 사실여부를 규명해야 하며 이전회장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정의원은 범죄행위를 한 것이므로 대통령후보로서 국민앞에 설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비서 출신으로 현대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66년 현대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외환위기 이후인 99년 ‘바이코리아’열풍을 주도하면서 ‘이익치 주가’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그러나 같은 해 말 현대전자 주가 조작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