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경기 침체의 여파로 실업자가 속출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영국 에너지 분야 노동자 수 천 명은 지난달 30일 린제이 정유공장의 외국인 노동자 고용에 반대해 전국적인 동조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2007년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고든 브라운 총리가 “영국인들에게 영국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한 공약을 환기하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영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이번 시위는 이탈리아 기업 IREM이 린제이 정유공장내 새 단지를 건설하는 2억파운드짜리 계약을 따낸 후 영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실직 공포가 확산되면서 시작됐다. IREM은 영국인 노동자보다 임금이 싼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GMB 노조의 폴 케네 사무총장은 “다른 나라가 각종 계약에 입찰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린제이 정유공장 내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처럼 이탈리아인들만이 일자리를 신청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브라운 총리는 1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노동자들의 불안을 이해한다고 전제하며 그러나 허가를 받지 않은 자발적 파업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브라운 총리는 “영국인들에게 영국의 일자리를 주겠다”고 한 말은 경제 보호주의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돌아가는 일자리에 필요한 기술을 영국인들이 배울 수 있도록 정부가 기술 훈련을 시켜주겠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피터 만델슨 산업장관은 “영국 기업이 유럽에서 활동하고, 유럽 기업들이 영국에서 사업할 수 있는 유럽의 법와 정책에서 후퇴하는 것은 엄청난 실책이 될 것”이라며 “보호주의는 경기 침체를 불황으로 악화시키는 확실한 길”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경기 침체의 여파로 실업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극우정당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감을 악용해 입지를 넓힐 수 있고, 2012년 올림픽 시설물 공사를 비롯한 다른 공공 건설프로젝트까지 시위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프랭크 필드 노동당 의원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 대해 현지 영국인 노동자들을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새 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빨리 행동하지 않으면, 극우 정당인 영국국민당이 활개를 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본지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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