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국군 소령이 영국판 <백만장자에의 도전(Who Wants to be a Millionaire)>으로 불리는 퀴즈쇼에서 방청객 틈에 숨어있던 공범자가 기침으로 답을 알려주는 방법으로 우승을 차지했다고 영국 법원이 밝혔다.
▲ 잉그램(39)과 그의 아내 다이애나(38)(사진 왼쪽)
영국 공병대의 찰스 잉그램 소령은 이 인기 퀴즈쇼에서 우승 상금으로 1백만 파운드를 획득했지만, 프로그램 제작사측이 퀴즈쇼 진행중에 계속된 기침소리가 소령의 우승을 도왔을 것이라고 의심하게 되며 상금지급은 보류됐다.
잉그램이 질문에 대해 난처해 하거나, 4개의 보기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문제에 대해 눈에 띄게 고민하고 있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기침소리가 났다.
잉그램(39)과 그의 아내 다이애나(38), 그리고 대학강사인 테크웬 휘톡(52)은 자신들이 음모를 꾸몄다는 혐의와 방청객을 통한 속임수라는 안전한 방법으로 우승을 거머줬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런던의 사우스워크 형사지방법원의 배심원단은 2001년 9월 녹화된 잉그램의 퀴즈쇼 출연 테이프를 시청했다.
녹화테이프에서는 잉그램이 어떤 답이 정답인지 확신하지 못할 때마다 방청객 중 한명이 크게 기침소리를 내고 있었다.
니콜라스 힐리아드 검사는 녹화테이프에서 이러한 기침소리가 총 19번이나 들렸다고 말했다.
“녹화테이프를 시청한 결과 잉그램은 기침소리를 낸 사람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힐리아드는 말했다.
잉그램은 8천파운드가 걸린 8번째 문제에서 정답을 몰라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클린 케네디의 두번째 남편을 묻는 질문에서 그는 ‘아드난 카쇼기, 로널드 레이건,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 루퍼트 머독’의 네가지 보기 중 정답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법정에서 방영된 녹화테이프에서 잉그램이 정답을 고민하던 중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라는 보기를 중얼거리자 기침소리가 두 번 들렸다. 그 중 한 기침소리는 잉그램이 대답을 못하면 자신에게 기회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다른 경쟁자들 중 한명이 낸 것이었다.
프로그램 제작사인 셀라도르 프로덕션이 잉그램의 거액상금 획득에 공범자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갖고 경찰에 의뢰한 후, 잉그램 일당 세명은 2001년 11월 구속됐다.
잉그램은 상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으며, 그 또한 상금을 되찾기 위한 법정 소송을 시작했다.
힐리아드는 퀴즈쇼의 규칙에 따라 참가자는 세가지 방법의 ‘위기상황탈출’을 통해 오직 한 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 세가지 방법으로는 4개의 보기 중 2개의 오답을 알려주는 ‘선택 50-50’·‘아는 사람에게 전화 걸어 물어보기’ 등이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도록 시킨다면, 분명 당신의 우승 확률은 높아질 수 있다. 만약 그 사람이 정답을 알아 당신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참가자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된다”고 힐리아드는 말했다.
“퀴즈쇼의 규칙을 보면, 참가자가 질문의 정답을 다른 사람과 절대 의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힐리아드는 밝혔다.
잉그램과 그의 아내는 검은 옷을 입고 법정에 나왔다. 세명의 피고인 모두 자신들의 이름을 확인하는 질문에만 입을 열었다.
다이애나 잉그램과 그녀의 남동생 아드리안은 이전에도 퀴즈쇼에서 참가하여 각각 3만2천파운드의 상금을 받은 적이 있었다. 후에 그녀는 자신과 동생의 성공스토리를 기반으로 일명 <백만장자 되기>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영국에서 크리스 타란트의 사회로 방영되고 있는 ‘백만장자’는 전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TV 퀴즈프로그램이다.
이 퀴즈쇼는 1998년 9월 영국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미국을 비롯해 세계 1백개 이상 국가에서 자국 버전으로 방영돼 왔다.
방송이 시작된 이래 전세계적으로 약 50명이 넘는 이들이 천신만고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자 중 영국인은 모두 세 명이었다. 2000년 11월 정원 디자이너인 주디스 케펠을 시작으로 2001년 4월 데이빗 에드워드, 2001년 9월 실직한 전직 은행원 로버트 브리지스가 뒤를 이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