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정 장기이식 수술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서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우리나라 환자가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등 피해가 발생해 주의가 요망된다. 10일 의료계와 유족 등에 따르면 국내 모 대기업 과장으로 일하던 A(39)씨는 수년 전부터 신장이 좋지 않아 이식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마땅한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기증자를 구하지 못한 A씨는 결국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장기이식을 주선하는 한국인 브로커를 만나 지난해 11월 중국 난닝(南寧)의 한 병원에서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다. A씨가 브로커와 병원에 지불한 돈은 7만 달러(약 9천300만원)였다. 그러나 부작용이 나타나 건강이 더욱 악화했고 신장 제거 수술을 추가로 받았으나 결국 회복하지 못해 이달 초 현지에서 숨지고 말았다. 유족은 보상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었고 급하게 A씨의 시신을 화장한 뒤 국내로 들어와 장례식을 치러야만 했다. A씨의 가족은 “중국에서 외국인 장기이식수술은 불법이지만 불법으로라도 가능한 곳은 중국 밖에 없다. 경황이 없어 사망 원인을 따져볼 수도 없었다. 현지 병원만 믿고 시키는대로 했지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흐느꼈다. 숨진 A씨처럼 중국에서 간이나 신장 등 장기를 이식받으려는 사람들은 대체로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얻은 뒤 브로커를 통해 수술 장소와 시기를 결정한다. 현재 각종 포털사이트의 관련 카페는 10여개로 카페당 회원이 수천명에 이른다. 5년 전 중국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B씨는 “대부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브로커를 만난 뒤 조선족 의사와 간호사에게 수술을 받는다. 병원은 베이징과 상하이, 텐진 등에 있으며 지금까지 수천명이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위생부가 외국인에 대한 장기이식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므로 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문제가 생겨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얘기다. 불법이다보니 수술 전 검사가 제대로 안 돼 오히려 병을 키우기도 하며 수술에 들어가는 비용도 국내보다 3∼5배 가량 비싸지만 잘못됐을 경우 보상은 전혀 없다. 삼성서울병원의 조재원 이식외과 진료과장은 “지난해 중국에서 이식수술을 받은 뒤 우리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명 가량 되는데 상태가 호전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반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간 이식을 받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담도에 합병증이 생기거나 검사가 제대로 안돼 새로운 병을 얻는 경우도 있고 병이 재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동락 대구가톨릭의대 교수는 “중국에서 이식수술을 받고 온 환자들을 살펴보면 수술 기술과 사후 관리에 문제가 있고 재발이나 감염 등도 잦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기증자가 부족해 돈 있는 사람이 중국에 나가는 것을 말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 장기 기증을 활성화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